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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단독]“김여정 담화, 남남갈등 조장 꼼수”…軍, 확성기 방송서 ‘발끈’ 포인트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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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현재 무인기 사태와 관련한 정부 입장을 북한 주민에게 직접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김정은 정권이 불편해할 내용을 가감 없이 다루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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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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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군심리전단이 운영하는 '자유의 소리' 방송은 이날 오전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지난 12일 김여정 담화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알렸다. 지난 7월 19일 북한의 8차 오물풍선 살포 때 제한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던 군은 같은 달 21일부로 전면 가동에 돌입한 상태다. 북한이 13일 부로 전방 전역에서 실전 완비 태세를 갖췄다고 주장했지만, 확성기 방송은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

방송은 해당 내용을 뉴스 첫 머리에 배치한 뒤 “대한민국 국방부는 대한민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위협 수위를 높인 북한을 향해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여정의 담화를 놓고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고 최근에는 저급하고 치졸한 오물 쓰레기 풍선 부양을 해온 북한이 반성은커녕 대한민국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의 행태”라며 “2022년 북한 무인기 영공 침투 등 정작 북한은 지금까지 이미 10여 차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김여정은 해당 담화에서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침투했다는 지난 11일 북한 외무성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한국 군부 자체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거나 공범”이라고 단정했다. “관련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한 국방부를 향해 불만을 표시했던 것이다.

방송은 또 “오물 쓰레기 풍선 살포 외에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김정은 정권으로서 이번 담화는 남남갈등을 조장해 국면을 전환해 보려는 전형적인 꼼수”라며 “김정은 일가의 거짓 독재정권에 지쳐있는 북한 주민들의 적개심이라도 이용해 보려는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은 주로 지난 13일 국방부 입장문을 다시 전하는 수준이었지만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백두혈통’인 김여정의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이 노동신문 등을 통해 일방적인 북한의 입장만 알리고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가운데 북한 주민에게 한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정보도 준 뒤 남북 중 어느 쪽의 주장이 타당한지 직접 판단을 구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김여정은 국방부의 해당 입장문이 나온 날 재차 담화를 내고 발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여정은 “‘남남갈등을 조장해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전형적인 꼼수’ 등 파렴치한 적반하장의 궤변을 내뱉다못해 또다시 재수 없고 푼수때기 없이 ‘정권종말’을 운운하며 무엄하고도 자멸적인 선택을 정식 공표했다”고 국방부를 비난했다. 북한 당국은 같은 날 접경 지역 포병 부대에 전투 준비 태세를 지시하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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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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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안팎에선 “북한 2인자인 김여정을 상대로 주민들 보란 듯 사실상 공개 논박을 벌인 데 북한 정권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강대강 대치 국면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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