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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150만명 중 단 하나, 김건희 여사 [뉴스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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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일 정상회담과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와타이 국제공항에서 귀국하기 위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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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 사회부장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는 검찰청법 12조에 명시돼 있다.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임기는 2년이며 중임할 수 없다. 검사로서 마지막 자리를 주고 권력으로부터의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한 게 임기제의 취지다. 검찰총장은 대검 참모를 두고 전국 검찰청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는다.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과는 매주 목요일 정례회동을 통해 주요 사건을 보고받으며 수사를 지휘한다.



2023년 검찰연감을 보면, 2022년 한해 동안 전국 검찰청에서 155만명에 대한 사건을 처리했다. 올해도 그 정도의 국민이 검찰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24년 10월, 대한민국 검찰총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피의자가 딱 한명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이 기이함의 연원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20년 10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검찰총장이라면 자신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 수사는 알아서 회피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당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로부터 3개월 뒤인 2021년 추 장관은 물러났고 그로부터 두달 뒤 윤 총장도 사직했다. 수사지휘권 박탈의 원인 제공자였던 윤 총장이 물러났으니 후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후임 김오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해야 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해를 넘겨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2022년 3월31일 박 장관이 뒤늦게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하려 했지만 법무부 검사들이 이를 막아섰다. 2020년 7월 추 전 장관이 발동한 검·언 유착 의혹까지 포함해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배제 4건을 모두 복원하려던 시도였고, 서울중앙지검의 한동훈 검사장 검·언 유착 무혐의 처분이 임박한 시점에 이를 막으려는 포석으로 읽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복원을 위한) 회의를 오전 10시30분에 했는데 12시에 관련된 디지털 기사가 뜰 정도였다“며 “법무부 내부 검사들이 ‘예단을 갖고 하는 지휘이므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려면) 서류나 절차 등이 필요한데 그걸 따라주지 않으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모든 과오를 바로잡겠다’며 출범한 윤석열 정부였지만 김 여사 주가 조작 사건에서 검찰총장 지휘권이 박탈된 비정상적 상황은 복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김 여사에게 위협적인 서울중앙지검 수사 지휘 라인까지 해체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올해 5월2일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전담팀을 구성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하자 11일 뒤 정기인사도 아닌 시점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명품 가방과 주가 조작 사건을 각각 지휘하는 1·4차장을 모두 교체한 것이다. 새 중앙지검장에는 ‘찐윤 검사’로 평가받으며 전주지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진전시킨 이창수 검사장이 기용됐다. 대통령 맘에 들지 않으면 서울중앙지검장 정도야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음을 보여준 인사였다. 7월 초 이 총장이 김 여사 주가 조작 사건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하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지휘권 복원도 장관의 수사지휘다.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은 극도로 제한돼야 한다”며 거부했다. 말 같지도 않은 궤변이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수사권 복원은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포기한 듯하다.



지난달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김 여사와 같은 ‘돈줄’ 역할을 했고, 방조범으로 공소장이 변경됐던 손아무개씨에게 유죄가 선고되면서 김 여사 기소 가능성이 커졌지만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다는 서울중앙지검 기류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심지어 10·16 재보선이 끝난 직후인 10월17일에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고 10월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를 맞이할 거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국감장에서 비판의 대상은 김 여사가 아니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된다. 김 여사에게 향할 화살을 서울중앙지검이 대신 맞아버리는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열망할 그림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법조인은 “검찰 내부에서 ‘김건희 하나 때문에 검찰이 망가졌고 완전히 망하게 생겼다’는 푸념이 들린다. 형사부 중심으로 자괴감이 더 크다”고 전했다. ‘검찰 왕국’을 지나 이젠 ‘여왕을 위한 나라’로 가고 있다.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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