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공원에 있는 호수공원작은도서관의 모습. 이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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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가 올해를 끝으로 관내 공립 작은도서관 5곳을 사실상 폐관할 방침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노벨문학상 시대에 인문학 정책은 되레 후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고, 대책회의를 여는 등 폐관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양시와 각 작은도서관의 설명을 종합하면, 시는 올해 위탁 운영이 만료되는 공립 작은도서관 4곳(강촌공원, 마상공원, 모당공원, 호수공원) 중 마상공원도서관을 제외한 3곳에 대해 “운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시는 고양작은도서관과 삼송작은도서관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연간 보조금(약 5천만원) 지급을 중단한다. 사립으로 전환할 경우 연간 500만원을 지원하는 조건이다. 이에 삼송도서관은 폐관을 결정했다. 고양도서관은 폐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공립 작은도서관 5곳이 폐관 위기에 몰린 셈이다.
앞으로 공립 작은도서관은 더 사라질 전망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마상공원도서관에 대해 “인근 원당도서관이 주변 지역 공사로 장기휴관 중이라 지금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즉, 원당도서관이 다시 문을 여는 2026년 6월에는 마상공원도서관도 폐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경우 고양시 공립 작은도서관은 5개(관산, 내유, 사리현, 대덕, 화전)로 줄어든다. 고양시는 지난해 관내 아파트 작은도서관 5곳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5곳 중 4곳이 문을 닫았다. 1곳은 사립으로 전환했다.
한때 고양시는 공립 작은도서관이 다른 지역보다 많아 ‘책의 도시로’ 불렸다. 하지만 도서관 폐관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동환 시장(국민의힘) 취임 2년 만에 작은도서관이 16개에서 6개로 줄어들 수 있다. 시는 △폐관 예정 작은도서관 2㎞ 내에 시립도서관이 있는 점 △도서대출 건수가 점차 줄어드는 점 등을 폐관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작은도서관 사서 ㄱ씨는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지역의 문화·육아·돌봄공동체를 꾸리는 곳”이라며 “작은도서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고양작은도서관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실린 이날치 한겨레가 놓여있다. 이준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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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맘카페에는 반대 서명을 모으는 글과 함께 “한국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 시대에 이 나라의 도서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아이는 낳으라면서 이런 권리는 왜 다 빼앗느냐”는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작은도서관 이용자는 대책회의를 갖고 오는 25∼26일 열리는 ‘2024 고양 독서대전’ 등에서 시장 면담 요청과 피케팅, 서명운동 등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게 ‘작은도서관에 방문해달라’는 내용의 서한도 보낼 예정이다.
작은도서관의 수난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는 국민의힘 소속인 박강수 구청장 취임 뒤인 2022년 11월 관내 구립 작은도서관 9곳을 모두 없애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고 마포구는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 “작은도서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근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터디카페’ 등 공간까지 추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포구는 이후 한겨레와 인터뷰했던 마포중앙도서관장을 징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도서관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벨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의) 고향 광주와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고향인 전남 장흥을 중심으로, 기념관이나 문학과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며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신 광주시나 장흥군이 할 일이 있다. 좀 더 멋진 일이고, 한 작가도 원할 일”이라며 “광주와 장흥을 독서의 도시, 도서관의 고장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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