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 박영석 대표이사가 최근 주가가 4년여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자 두 아들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2년여 전 첫 증여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주가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달 보유 중이던 팬엔터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한 채 원금을 전액 조기 회수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영석 대표는 7일 보유 주식 중 27만 주를 특별관계자인 박상현씨와 박상익씨에게 각각 13만5000주씩 증여했다. 증여 규모는 당일 종가(2205원) 기준 총 6억 원 상당이다. 두 사람은 박 대표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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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박 대표 보유 주식은 945만1434주에서 918만1434주(지분율 33.15%)로 줄었다. 박상현씨와 박상익씨 주식은 각각 25만 주에서 38만5000주(1.39%)로 늘었다.
박상현씨와 박상익씨 모두 현재 팬엔터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박상현씨는 2022년 3월부터 등기임원(사내이사)으로서 경영전략기획 업무를 맡고 있고 박상익씨는 미등기 임원에 올라 있다.
앞서 두 사람은 2022년 8월 부친으로부터 처음 주식을 증여받았다. 박 대표는 당시 두 아들에게 각각 25만 주를 증여했다. 주가가 2021년 4월 8000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3000원대로 떨어졌을 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주주가 증여세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것을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의 한 원인으로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승계 이슈 때문에 오너가의 대주주는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낮은 주가에 기관 투자자도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손을 털고 나갔다. 지난달 NH-메리츠 컨텐츠 제1호 신기술조합은 보유 중이던 팬엔터 4회차 CB 전량에 대해 원금 조기 상환 청구권(풋옵션)을 행사했다. 120억 원 규모 물량이다.
해당 CB는 팬엔터가 2021년 6월 NH-메리츠 조합을 상대로 2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것이다. 5년 만기에 금리 0%로 발행사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됐다. 주식 전환가보다 주가가 올라야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낼 수 있던 상황이다.
팬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드라마. /팬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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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NH-메리츠 조합은 한 번도 주식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주식 전환가액이 최초 7669원에서 2022년 3월 최저 한도인 5369원까지 낮춰졌으나 주가는 거의 그 아래에 머물렀다.
팬엔터는 지난해 11월 4회차 CB 중 80억 원 규모에 대해 매도 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만기 전 취득했다. 그 후 남아 있던 120억 원 물량에 대해 NH-메리츠 조합이 이번에 풋옵션을 행사해 원금을 되돌려받은 것이다.
팬엔터는 매출 대부분을 드라마 제작을 통해 거둔다. 2002년부터 드라마 겨울연가, 해를품은달, 킬미힐미, 국민사형투표 등을 제작했다. 팬엔터가 제작한 배우 아이유·박보검 주연 드라마 폭싹속았수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팬엔터는 올해 상반기 매출 251억 원, 영업이익 11억80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6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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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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