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시험 유출 두고 공방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교 강의실에서 수험생이 대입 논술 시험을 보고 있다. /오종찬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5학년도 연세대 대입 논술 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 연세대는 14일 “경찰 수사 의뢰를 위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연세대는 전날 심야 입장문에서 지난 12일 논술 고사 당일 문제지가 1시간가량 일찍 배부되고, 문항 유출 정황이 나타난 데 대해 “문제지는 연습지로 가려진 상태여서 학생들은 문제를 볼 수 없었다”며 “통신이 가능한 전자 기기는 전원을 끈 상태로 가방에 넣도록 하였으므로 온라인으로 문제 공유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그러나 연세대 해명과 달리 시험 당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지 원본이 온라인에 추가로 공개됐다. 일부 수험생은 “휴대전화로 문제지를 촬영해 학교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고 본지에 밝혔다. 이 외에도 휴대전화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감독관 착오로 일찍 배부된 문제지를 충분히 살펴볼 수 있었다거나, 문제지가 일찍 배부된 고사실이 또 있었다는 수험생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논술 100%로 선발하는 사실상 본고사인 전형의 공정성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재시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래픽=이진영 |
①휴대전화 수거했나?
연세대는 12일 논술 고사 당시 수험생 휴대전화를 제대로 수거하지 않았다. 수능 때처럼 감독관이 수험생 휴대전화를 일률적으로 걷어 가지 않고 학생이 자율적으로 전원을 꺼서 자기 가방에 넣도록 통제했다. 연세대는 이를 근거로 문제가 온라인에 유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휴대전화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몰래 촬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말한다. 13일 오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문제지 2장 전체를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을 촬영한 수험생은 시험 당일 동급생 단체 채팅방에 이 사진을 올렸고 20여 명이 이 사진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 논술 시험 시작 1시간 1분 전인 오후 12시 59분에 수험표와 답안지, 시험지 등 ‘인증샷’도 추가 공개됐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3시간가량 마음만 먹으면 휴대전화로 얼마든지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넣은 가방에서 자유롭게 물을 꺼내 마신 수험생들도 있다고 한다.
②문제 유출 맞나?
문제가 된 1번 문항의 내용은 당일 오후 12시 52분 “정사각형 4개 등분 되는 직사각형 그림 있다” 등 내용을 한 수험생이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유출됐다. 하지만 연세대는 “얼핏 본 도형에 대한 인상을 묘사한 글”이라며 “사실상 그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외부에서) 인지했다 하더라도 문제(전체)를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한 수험생은 “유출된 1번 문항은 작년 연세대 논술 고사에서도 출제됐던 비슷한 유형의 문제고 사교육 강사들까지 ‘실수할 여지가 큰 유형이니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유형”이라면서 “중상위권 수험생이라면 그림만 보고도 어떤 유형인지 직감할 수 있어 미리 알고 있는 것 자체가 큰 심리적 이익”이라고 말했다.
③문제지 일찍 볼 수 있었나?
시험 당일 경영관 104호 고사실에 들어온 감독관 2명은 12시 55분에 문제지 등을 배부했다. 정해진 배부 시각보다 55분 빠른 시점이었다. 감독관들은 실수를 인지하고 1시 10분쯤 문제지를 회수했다. 연세대는 “연습지 아래에 문제지를 놓아서 시험 시작 이전 문제를 볼 수 없도록 했다”고 했다. 하지만 104호에서 시험을 봤다는 A씨는 14일 본지 통화에서 “감독관이 연습지로 가리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조금만 들추면 볼 수 있었다”며 “회수 시각도 1시 10분 이후였다”고 했다. 또 다른 수험생 B씨는 “나는 12시 50분에 문제지를 받았다”고 했다. 수험생들은 180곳 넘는 고사실에서 이 같은 문제가 또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④시험 공정성 훼손됐나
연세대는 ‘논술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고 따라서 재시험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생명시스템대학에 지원한 김모(19)씨는 “문제가 된 고사장 학생들이 문제지를 30분 일찍 먼저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공정성을 심각하게 잃었다”며 “1번 문항 말고 다른 문제를 볼 수 있었고 휴대전화 통제도 허술했는데 다른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어떻게 장담하느냐”고 했다.
[구동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