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송윤혜 |
올해 들어 국내 9개 증권사에서 달러를 환전해 미국 주식을 매매한 계좌가 710만개를 넘어섰다. 작년 말보다 50만개 이상 급증한 것이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 대신 미국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대 투자자들의 경우 올 상반기 매수 상위 10대 종목 중 절반 이상이 미국 S&P500, 나스닥100 지수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일 정도로 미국 증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증시 투자액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미국 주식 투자액은 매년 급증세다. 현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917억달러에 달한다. 2019년 말 84억달러 수준이었는데, 5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수익성이 더 좋은 미국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개인적으론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증시가 기업의 주요 자금 조달 통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외면은 한국 경제의 미래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것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국민 자산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외환 거래 시간을 런던 장 마감 시간에 맞춰 새벽 2시까지 연장하고, 외국 투자자들이 별도 국내 계좌를 만들지 않아도 국채를 살 수 있는 ‘국채 통합 계좌’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제도 개선을 한 것이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채권이 선진국 채권 범주에 들어감으로써 최대 90조원의 신규 투자금이 유입되고, 금리 하락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반면 한국 증시는 여전히 신흥 시장으로 분류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신흥 시장에 남아 있는 한 ‘떨어질 땐 털썩 주저앉고, 회복될 땐 찔끔 오르는’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 증시도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 공매도 전면 허용 같은 제도 개선을 서둘러 채권처럼 선진국 지수로 격상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기업은 머리를 맞대고 한국 증시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 쥐꼬리 배당, 소액 주주 홀대 문제 등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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