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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기자의 시각] ‘사악해지지 말자’던 구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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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거대 기술기업 구글은 요즘 온탕과 냉탕을 동시에 겪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최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에서 인공지능(AI)을 개발해온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에게 노벨 화학상을 수여했다. 신약 개발의 주요 절차인 단백질 구조 예측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 덕분이었다. 인공신경망(딥러닝)이라는 현대 AI 기술의 토대를 닦은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역시 작년까지 구글에서 AI 개발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AI 기술이 노벨상에 처음 편입된 역사의 배경에 모두 구글이 있었다.

그러나 구글은 기업이 쪼개질 위기에 처해 이런 영광의 순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반독점 당국은 노벨상 수상 소식 발표 직전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에 따른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사업 일부를 매각하도록 연방법원 재판부에 제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8월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했고, 미국 연방법원은 구글을 독점력을 남용하며 경쟁자들을 밀어낸 부당 기업이라고 판단했다.

나쁜 짓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기업 행동 강령으로 정했던 구글은 어느새 불법에 편승해 돈을 벌고 있다. 구글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온라인 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선 영화나 드라마 저작권을 대놓고 침범하는 ‘결말 포함’ 영상 요약(패스트 무비)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타인의 고통과 죽음을 돈벌이 삼는 사이버 레커와 전과자 유튜버들로 요란하다.

인간의 본성에는 선악(善惡)이 공존하고, 그런 인간을 군집시키는 플랫폼에는 다양한 모습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인간은 달성하기 어렵고 알아주지 않는 선(善)보다 쉽고 빠른 악(惡)에 더 흔들린다. 구글의 모토가 진심이라면 선을 우대하고 악을 홀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는 기자에게 “인기 많은 자칭 투자 전문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살펴보면 욕망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한다”며 “우리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과 달리 광고 심의필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펼쳐질 AI 시대 역시 선을 좇다가 악에 물들 여지가 충분하다. 노벨상을 받은 힌턴 교수는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 학생 중 한 명이 샘 올트먼을 해고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제자이자 오픈AI의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는 오픈AI가 ‘챗GPT’ 성공으로 영리 기업이 되자 대표인 샘 올트먼 축출을 주도한 적이 있다. 오픈AI의 시작은 구글의 AI 개발 독점을 막고 모두에게 도움이 될 AI 기술을 만들어 공개(Open)하겠다는 취지의 비영리 AI 연구소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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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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