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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세계 식량의 날’…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이라니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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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식량 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에서 어머니가 10달 된 딸에게 죽을 먹이고 있다. 콩구시/유엔세계식량계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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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남 | 농부·전 담양 한빛고교장



출강하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기아 문제를 주제로 토론수업을 진행했다. 조별로 토론하고 발표한 학생들은 기아의 원인으로 기후변화, 다국적 곡물 기업의 횡포, 내전, 선진국의 농산물 덤핑수출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세계화’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2022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현황’ 보고서에서 전세계 기아 인구는 8억3천만명이며, 이는 10년 전보다 2억명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또 세계식량기구(FAO)는 10살 미만 어린이가 7초에 한명씩 굶주려 죽고, 비타민A 부족으로 6분에 한명씩 실명한다고 보고했다. 전세계 곡물생산량은 세계 인구에게 필요한 양의 1.2배에 달한다고 하니 기아와 아사의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는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로 국제무역의 길은 텄으나 교역상품의 범위를 제한해 무분별한 무역 개방에 안전망을 두었다. 그러나 1980년 전후 영국의 ‘대처리즘’을 시작으로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고, 자본시장의 자유화를 방해하는 모든 장애물을 제거한 ‘워싱턴 합의’와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구축해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라는 날개를 달고 신제국주의의 침탈을 노골화하면서 가난한 나라들의 기아를 재생산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 태어난 죄(?)로 기아와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는 사실은 비극 중 비극이다. 배고픔의 설움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기아 문제는 나와 인류의 실존에 관한 질문이요, 참회의 기도여야 한다. 북반구 사람들이 비만에 시달릴 때 남반구의 아이들은 일상화된 기아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기아선상에서 죽어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죄악이 있을까? 답은 없는가?



첫째, 가난한 나라들의 자립경제를 위한 기반(인프라) 정비가 필요하다. 세계화 물결이 각국의 자립적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리고 기아를 구조적으로 확대 생산하는 상황에서 제3세계 지역들이 자활능력을 회복하도록 도로, 지하수 개발, 종자, 농경지식 등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둘째, 기후변화를 예방하기 위한 우리들의 실천과 국제적 공조가 시급하다. 기후 재앙은 대부분 선진국의 산업화와 기업적 축산에 기인하나 그 피해는 농업기반 시설이 취약한 가난한 나라들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이런 ‘기후 불평등’ 속에서 자연재해와 식량 생산 감소로 생존권을 박탈당한 기후 난민들은 세계를 표류하고 있다.



셋째, 각국의 정치와 경제의 민주화가 선행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침투한 어느 나라든 부의 불평등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국제적 지원이 부패한 정치인에게 부의 수단이 되고 반군들의 노략질 대상이 되기도 한다.



10월16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식량의 날’이다. 오늘도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10억의 사람들과 ‘구조적 기아’의 희생양이 되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무덤이 늘어가는 한, 우리에겐 인간애는 물론 진정한 평화와 자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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