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추가 공격 방어용"... 최근 방공망 허점 노출
헤즈볼라 무인기 공습으로 이스라엘 군인 4명 사망
전문가들 "미국, 이스라엘·이란 분쟁 적극 개입 신호"
지난해 10월 8일 이스라엘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가자지구로부터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에 요격되고 있다. 아슈켈론=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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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스라엘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포대를 실전 배치하고 관련 병력도 보내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군의 첫 이스라엘 파병이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의 추가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미국의 설명이다.
미국 내에서는 ‘중대한 파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을 비롯해 최근 중동에서 격화하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심화시키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격 수위를 낮추려는 ‘당근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9년 훈련 배치 후 5년 만에 '첫 실전 배치'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스라엘에 사드 포대 및 관련 병력 100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이란의 추가 탄도미사일 공격, 이란 및 이란 연계 민병대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하고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드 포대 및 병력 배치에는 최소 일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에도 미국은 이스라엘에 사드를 배치한 적이 있으나 당시는 훈련 차원이었으며, 이번이 첫 실전 배치라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이스라엘 방공 시스템은 최근 들어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13일 밤 이스라엘 중부의 군 기지(골라니 여단)를 겨냥한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이스라엘군 4명이 숨지는 등 70명 안팎의 사상자가 나왔는데, 당시 이스라엘 방공망은 드론 공격을 감지하지 못했고 공습경보도 울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방공망 무력화를 위해 미사일 수십 기도 (드론과) 동시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이달 1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발사한 미사일 181기와 관련해서도 최대 32기가 요격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13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무인기 공습을 받은 현장인 이스라엘 북부 빈야미나 마을에서 이동하고 있다. 빈야미나=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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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대이란 재보복 수위 낮추려는 당근책"
주목할 대목은 작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개시한 이후, 미군 병력이 처음으로 이스라엘에 직접 파병된다는 사실이다. 중동 확전을 우려하는 미국은 그간 직접 개입에는 선을 그어 왔다. 이번 결정을 두고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신호”(워싱턴포스트·WP)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액시오스도 “사드 배치는 미군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스라엘군의 이란 재보복 수위를 낮추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WP에 “(사드 배치는)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이 이란도 대응해야 할 만큼 포괄적일 것이라고 미국이 예상한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미국이 이란 석유 산업 관련 제재 조치를 취한 데 이어, 이스라엘에 추가로 건넨 ‘당근’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스라엘이 미국 의도대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가였던 해리슨 만은 “사드 배치로 이스라엘이 미국 방공망의 보호를 일단 받게 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약속대로 (이란 석유 시설 등) 민감한 목표물을 공격하지 않을 인센티브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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