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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21대 국회 막바지에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적게는 4조원대에서 많게는 11조원대 공사비가 드는 초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인데 여야 의원들은 법안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을 넣어서 통과시켰다. 달빛철도법은 22대 국회에서 마구잡이로 발의되고 있는 대형 SOC 예타 면제 법안들의 모델이 됐다.
14일 매일경제가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24건의 초대형 SOC 사업 예타 면제 법안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지역 SOC 사업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예타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예타 면제 조항을 넣은 특별법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의 반대에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표심만 바라보는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여야를 막론하고 일치하기 때문이다.
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총사업비가 6조3604억원으로 추정되는 대형 철도망 사업이다. 서산~울진을 잇는 총연장 322.4㎞ 구간을 연결해 서해안과 동해안의 인적·물적 교류를 늘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 철도 사업은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해 추진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비가 500억원 이상 투입되면 예타도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내년에 제5차 국가철도망계획(2026~2035년)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곽현준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국토의 균형 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측면과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체계적으로 국가 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해 현행법 체계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비교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공공의료기관을 짓는 데 예타를 면제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했다. 비용추계서가 첨부돼 있긴 하지만 예타 면제로 얼마나 많은 정부 재정이 투입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국회가 이런 식으로 예타 면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 방만한 재정 운용을 최대한 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예타 면제를 잘 안 받아주다 보니 국회가 법으로 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타 면제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3건, 1조4003억원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47건, 35조9750억원까지 폭증했다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2년째인 지난해 24건, 11조9999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정부가 초대형 SOC 사업에 재정 투입을 신중히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에서다. 우선 작년, 재작년에 인플레이션이 극심했다. 재정 사업을 대규모로 펼치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015년 38조원에서 2020년 112조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87조원으로 줄었다. 지난 8월 말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4조원까지 줄긴 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다.
정부, 국회에서 지역 발전을 내세워 예타를 면제했지만 아직 첫 삽도 못 뜬 경우가 부지기수다.
2019년 1월 경북 김천에서 거제를 잇는 총사업비 4조9000억원의 남부내륙철도 건설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하지만 공사비 인상 등으로 아직 첫 삽도 못 떴다. 그사이 사업비는 6조6460억원으로 불어났다. 경제성이 낮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가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예타 면제를 강행했다.
2019년 1월 예타 면제가 확정된 세종~청주고속도로는 당시 기준으로 총사업비가 8000억원인데 아직 공사를 시작도 못한 상태라 사업비가 불어날 수 있다. 같은 시기 예타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도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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