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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화)

엔터업계에 쏟아진 근조화환…팬들이 분노한 이유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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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사옥 앞 "홍승한 OUT" 근조화환, 결국 탈퇴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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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국화를 가득 깔아준 회사 입구. 회사를 향한 분노를 가득 담은 그들의 항의인데요. 그 분노에 결국 회사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말이죠.

주말새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에 약 1000여 개의 근조화환이 배달됐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SM엔터 앞이 그야말로 꽃밭이 됐는데요. 하지만 그 색깔과 꽃의 종류가 결코 ‘축하’는 아님을 알 수 있죠.

그룹 라이즈(RIIZE) 승한(본명 홍승한)의 복귀를 반대하는 팬들의 시위였는데요. 라이즈를 프로듀싱하는 위저드 프로덕션 측이 승한의 팀 복귀를 알리면서부터였죠. 위저드 측은 “승한은 과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면서 멤버들과 팬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1년 가까이 활동을 멈춘 상태”라며 “데뷔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계획해온 라이즈의 다음 챕터는 7명의 멤버가 함께할 때 더욱 의미 있게 보일 것으로 판단, 향후 팀의 활동 방향에 대해 여러 차례 실무자 및 멤버들과 논의를 거친 결과, 승한이 팀에 복귀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승한의 11월 팀 합류 소식을 전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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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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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승한은 데뷔에 앞서 사생활이 담긴 사진 등이 온라인상에 유출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라이즈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해당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가 연습생 시절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 수빈이 함께했던 SNS 라이브 방송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팬들의 탈퇴요구가 확산했죠. 이에 SM엔터 측은 ‘무기한 팀 활동 중지’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기한이 10개월이었던 걸까요. 갑작스러운 승한의 팀 복귀 소식에 팬들은 분노했는데요. 승한이 활동 초반부터 빠진 이후 멤버 6명이 이뤄온 커리어에 무임승차를 넘어 먹칠했다는 거죠. 또 승한의 그간 행적들에도 불구하고, K팝 아이돌로 활동한다면 그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은 물론 긍정적인 팀활동이 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팬들은 온라인에서만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는데요. 바로 이 ‘근조화환’으로 강력한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 올라온 SM엔터 앞 근조화환이 이를 보여줬는데요. 무려 1000여 개가 쏟아졌죠. 근조화환 문구에는 ‘라이즈는 6명, ’홍승한 무임승차 반대‘, ’홍승한 복귀 아닌 탈퇴 기원‘, ’홍승한 OUT’ 등이 담겼습니다. 한 업체는 SM엔터 관련 배송 건은 마감됐다는 긴급 공지를 올려 화제가 됐죠.

이에 멈추지 않고 팬들은 승한의 탈퇴를 요구하며 라이즈 굿즈(MD상품), 앨범, 라이즈 광고 제품 등 구매를 취소하며 수익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불매 운동에 나섰는데요. 결국, 소속사가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위저드 측이 13일 공식 입장을 내고 승한의 팀 탈퇴 소식을 전한 거죠. 위저드 측은 “승한의 복귀 발표로 인해 브리즈(라이즈 팬클럽명) 여러분께 큰 상처와 혼란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하지만 복귀 소식 발표 이후 팬 여러분께서 보내주시는 의견과 반응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니, 저희의 결정이 오히려 팬 여러분께 더 큰 혼란과 상처만을 드렸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사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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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한도 이날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자필 편지를 올려 “저의 활동 복귀에 대해서 많은 분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신 걸 알고 있고, 저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라며 “깊이 생각해 보니 걱정과 미안한 감정만 떠올랐다. 그래서 제가 팀에서 나가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자진 탈퇴 소식을 알렸죠.

성급한 복귀 소식과 탈퇴까지 단 이틀. 팀 복귀를 추진하다 승한이 더 큰 비난을 받은 셈이었는데요. ‘근조화환’으로 알린 격한 분노가 모든 결정을 뒤바꾼 일이었죠. 그만큼 현 K팝 업계에서의 팬들의 힘과 소속 팀원의 행실이 얼마나 큰 부분인가를 짐작해볼 만합니다. 한편으로는 라이즈는 신인 그룹인 데다 승한의 활동이 극히 적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이 ‘근조화환’은 SM엔터에만 배달된 것이 아닙니다. 국내 최대 엔터 회사 ‘하이브’ 앞도 가득했는데요. 다양한 레이블만큼이나 바람 잘 날 없는 하이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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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하이브-어도어 분쟁이었는데요. 4월 22일 하이브 측이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다며 감사 소식을 알린 뒤부터였죠. 민 전 대표는 이를 반박하며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현재까지도 그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초반에는 민 전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근조화환이 배달됐고, 이후 민 전 대표가 방탄소년단(BTS) 등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들을 언급하면서 각 그룹의 팬들의 불만 근조화환이 이어졌죠. 이후에는 뉴진스 팬들이 하이브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향한 분노 근조화환이 가득했습니다. 그야말로 근조화환 대전이 아닐 수 없죠.

그 사이 BTS 슈가(본명 민윤기)를 향한 근조화환도 있었는데요. 슈가는 8월 6일 오후 11시 15분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전동 스쿠터를 탄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기소됐습니다. 사고 당시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의 약 3배에 달하는 0.227%로 조사됐는데요. 이후 슈가는 지난달 27일 벌금 1500만 원을 확정받았죠.

글로벌 슈퍼스타의 만취 음주운전에 팬들은 분노했는데요. 일부 팬들은 슈가의 탈퇴를 요구하며 근조화환 시위를 벌였죠. 이들은 ‘음주운전자 민윤기 탈퇴해“, ”민윤기 자진탈퇴“, ”포토라인 서기 전에 탈퇴해“, ”우리의 손을 놓은 건 너야“ 등의 문구로 비판했죠. 슈가는 자필편지까지 올리며 팬들에게 거듭 사과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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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받는 만큼 그 스타에 대한 잣대로 엄격해지고 있는데요. 최근 학폭 등과 같이 과거 행적들 또한 불거지고 있는 점도 마찬가지죠. 글로벌 스타인 만큼 팬들의 무한 사랑을 받을 ’도덕적인 자격’을 갖춰야 하는 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모범을 보여도 모자랄 판국에 불법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완벽한 호응을 받고 있죠. 아무래도 스타들의 개인행동에 너그러운 외국팬들은 한국팬들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평인데요. 그래도 K팝 스타는 이름 그대로 한국의 대표 스타들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죠. 팬들의 당당한 권리를 외치는 모습 또한 K팝을 완성하는 큰 부분인 듯합니다.

[이투데이/기정아 기자 (kk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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