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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시론] ‘치킨게임 고려아연’ 세 개의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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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디토이에스지 대표

이투데이

“경영권 분쟁 1라운드 내일 종료. 의결권 확보 수싸움 치열.” 최근 자본시장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기사 중 하나다. 분쟁은 현재 진행형으로 연일 엄청난 수의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투자 적정성, 국가핵심기술 여부 등 관련 논쟁들이 많이 있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시장에서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첫째, MBK와 영풍의 지분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이 역공개매수로 ‘대항할지 여부’. 국내 최대 규모의 경영권 분쟁인 만큼, 당연히 자금 조달 여력과 자본효율성 이슈가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자본시장법상 적법성’ 여부다. 공개매수 시기 중 회사의 자사주 취득은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법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양측의 재무적(FI) 전략적(SI) 투자자의 우호지분과 나머지 ‘일반주주 지지 확보’ 여부다. 분쟁 당사자 간 지분이 팽팽한 상황에서, 표 대결 시 양측 당사자들을 제외한 20~30%에 이르는 나머지 일반주주의 지지 여부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주목돼


각각의 상황을 따라가보자. 우선, MBK 영풍의 주당 66만 원 공개매수를 발표한 이후, 고려아연의 공격적인 대항매수와 양측의 치열한 가격 경쟁 끝에 매수가는 주당 89만 원까지 치솟았다. 둘째, 자사주 취득 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고려아연의 명시적인 반대의사 표시 등을 근거로 ‘이유 없음’으로 판단했다. 대항 매수가 가능해진 이유다. MBK 영풍은 배임 등을 이유로 2차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2차전에 돌입했다.

셋째, 주식 공개매수는 시간이 지나면 종료된다. 일반적인 경영권 분쟁의 진행상, 다음은 회사의 ‘지분 소유 경쟁’에서 ‘이사회 내 지배 경쟁’으로 돌입할 것이다. 이사회 내에 자기편 이사를 가능한 한 많이 선임해야 한다. 일반주주의 우호지분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결국 경영권 분쟁 당사자들은 주총에서 일반주주의 지지와 표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향후에 살펴봐야 할 논점은 세 가지다.

먼저, 2024년 회사 반기보고서 기준 지분율 7.83%로 캐스팅 보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이다. 주총 안건이 나오지 않는 이상, 공적 연기금으로서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 기본으로 돌아가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주목해 보자.

제3조의 기본원칙을 살펴보면 연금의 책임활동의 방향을 알 수 있다. 바로 ‘기금자산의 증식, 가입자 및 수급권자 이익, 장기적 주주가치 증대’다. 자원안보 등의 국가적인 이슈나 국민정서와 사회적 평판 측면에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결국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표결할 것이다.

밸류업 정책 제시 … 의결권 자문사 설득해야


주식은 가격과 가치로 구성된다. 그러면, 두번째 논점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현재 공개매수가로 지분을 취득하는 ‘가격 중심의 경쟁’ 중이다. 향후에는 명확한 비전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우리가 경영을 더 잘 할 것”이라는 ‘기업가치 중심의 경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보다는 설득력 있는 재무전략과 목표까지 통합한 ‘밸류업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밸류업 정책이 마련될 때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주주소통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결권 자문사들의 설득이 중요하다. 필자의 5000여 회의 주총 안건 분석 경험으로 볼 때, 안건의 찬반 여부 판단 시 현재의 경영시스템 내에서 이슈 해결 가능 여부를 가장 먼저 본다. 기본적으로는 회사 안건에 찬성을 추정하되, 양측 주장이 ‘얼마나 합리적인가’를 따진다. 이때 당사자별로 주장을 검토하기도 하지만, 안건별로 개별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허용된 기간 내에 자료와 미팅을 통해 적극 소명할 필요가 있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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