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동북아 지정학의 가장 위험한 악재다. 중국은 2016년, 2020년 친미·반중 세력인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에 이어 라이 총통까지 집권하자 대만과 공식적인 채널을 차단하고 군사·경제·외교 분야의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산 제품에 부여해왔던 특혜 관세를 철회하거나 10여 개에 불과한 대만 수교국을 겨냥한 단교 공작을 펼치고 있다.
대만 봉쇄 무력시위도 잦아지고 있다. 중국은 2022년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이유로 처음으로 대만 포위 훈련을 했다. 지난해 4월에도 차이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이유로 군사력을 동원해 에워쌌다. 올해 들어 5월 라이 총통 취임 이후에는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위협이다.
중국은 그동안 군용기·군함을 수시로 보내 양안 경계선(중간선)을 무력화했지만, 대만을 고립시키는 군사 훈련은 차원이 다르다. 침공을 염두에 둔 군사작전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중국군의 훈련 영역은 대만 북부·남서부·동부에서 일부 겹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새로운 장소다. 전개 병력과 대만 주요 도시의 거리도 차츰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 훈련 과정에서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대만 동쪽 해상에서 기동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대만 우방인 미국에 유사시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의 일환이겠지만 레드라인을 넘는 과잉 행동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만 인정하라는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만과 단교했지만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정세 변화라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대만 해상의 변고는 최악의 경우 우리 경제·안보에 직접적인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세계 해상 무역의 20%가 대만해협을 지난다. 2022년 기준 통과 상품 가치는 2조4500억 달러(3308조 원)에 달한다. 한국은 수입품의 약 3분의 1, 수출품의 4분의 1이 이곳을 오간다. 양안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이 입을 경제적 손실이 당사국인 중국보다 클 수 있다는 올해 초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도 있다.
북한의 연쇄 도발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도 부담을 더한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전력 분산 효과를 노리는 큰 그림의 가상 시나리오다.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든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면 유비무환 태세가 필요하다. 안보 당국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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