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진 X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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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신들은 코미디가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하면서 전쟁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정서적인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쇼핑몰, 야외무대, 방공호 등 곳곳에서 다양한 코미디 공연이 열리고 있다. 인기 있는 공연엔 1500명 이상의 관객이 모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공연 주제는 대부분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판하거나 '셀프디스(자기 비판)'하는 내용이 중심이다. 한 코미디언은 공연 중 "우크라이나인들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는 무기에 만족해하지 못한다"면서 "핵무기를 받아도 우라늄의 품질에 대해 불평할 것"이라고 농담했다. 코미디언 출신인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연설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동영상 연설을 두고 지루한 시트콤 시리즈에 비유하는 식이다.
자국 정부에 대한 뼈아픈 개그를 쏟아내지만 이렇게 벌어들인 티켓 판매 수익은 대부분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공연이 끝나면 모금을 위한 경매를 열곤 하는데, 팔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판다는 설정이다. 다 먹은 과자 봉지부터 러시아 미사일 잔해로 만든 열쇠고리, 공연에 사용한 마이크까지 경매에 내놓는다. NYT는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많게는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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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박받던 코미디, 전쟁으로 꽃피워
러시아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 한 주택가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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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스탠드업 코미디가 '르네상스'를 맞았다고 짚었다. 과거 우크라이나에서는 코미디가 진부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구소련 시절부터 이어져온 검열 때문에 주제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주로 러시아 방송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어로 공연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우크라이나 코미디언들은 자국어로 거침없이 정부를 비판한다. 코미디언 안톤 지트러브는 이코노미스트에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할 수 있다는 것은 위안이 되어 준다"고 말했다.
최전방에서는 군인들을 위한 공연도 열린다. 코미디언 바실 바이닥은 NYT에 "(코미디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전쟁을 주제로 한 농담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군인들과 이야기하고 폭발 소리를 듣고 느낀 것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NYT는 "전쟁 중에 코미디를 하는 것은 마치 장례식에서 광대가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군중은 웃는다"며 "블랙 코미디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사기를 북돋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짚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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