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5월 뉴햄프셔주 내슈아에 있는 BAE 시스템스를 찾아 청중에게 연설하고 있다. 내슈아=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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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보조금 집행을 총괄해온 미 상무장관이 수출 통제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막는 조치는 '헛고생'이라면서 투자와 혁신을 통해 미국이 앞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을 저지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수출 통제가 아닌 투자 장려를 목적으로 한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이 중국과의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온 인물로, 약 530억 달러(약 76조8,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도체법 제정 과정을 이끌었다. 2022년 통과된 반도체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약 56조5,000억 원)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약 19조1,300억 원) 등의 연방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이 민감한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수출 통제는 중국이 세계적 기술 우위로 향하는 데 있어 '과속 방지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하고, 중국보다 더 혁신해야 한다"며 "그것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중국이 미국산 반도체나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일본·네덜란드 등 동맹국에도 제재에 동참하도록 압박해왔다. 그러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산 7나노(㎚·1나노는 10억 분의 1m)급 반도체를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깜짝 출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당시 화웨이가 러몬도 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제품을 출시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러몬도 장관의 이번 발언은 마지막 임기를 몇 주 앞두고 나온 것으로,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선 미국의 반도체 정책이 일부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는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0월 반도체법에 대해 "매우 나쁘다"면서 보조금 대신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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