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된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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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지난 한 달간 치열하게 전개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선공'을 날린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종료라는 중대 변곡점에서 고려아연의 운명이 결정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이날 종료됨에 따라 늦어도 17일에는 경영권 분쟁의 1차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대항 공개매수 성격의 고려아연·베인캐피탈의 공개매수는 영풍·MBK 공개매수 결과와 상관없이 오는 23일 종료된다.
매수 가격과 세금, 물량 등이 복잡해지며 결과 예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은 마지막 날까지 여론전을 이어가며 날 선 공방전을 벌였다. '공개매수 종료 이후에도 어느 한쪽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한주라도 더 얻기 위해 막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83만원 vs 89만원' 엇갈린 전략…투자자들의 선택은?
이날 최대 분수령을 앞둔 영풍·MBK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전략은 엇갈렸다.
영풍·MBK는 공개 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반면, 최 회장은 마지막 '인상' 승부수를 던졌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실상 유일한 카드를 꺼내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최대 취득 주식 규모도 총 발행주식의 17.5%로 2%포인트 끌어올렸다. 최 회장 측과 함께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 베인캐피탈의 최대 취득 물량 2.5%를 포함하면 최 회장 측 매입 주식 규모는 20%로 확대된다.
이제 선택은 주주의 몫이다. 시장에서는 '83만원 vs 89만원' 매수가 경쟁에서 고려아연이 앞서면서 영풍·MBK가 고려아연 지분의 과반을 확보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사의 공개매수 가격은 MBK에 비해 7.2%가량 높고,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사실상 '확정된 수익'을 포기하게 되는 셈"이라며 주장했다.
다만 투자자마다 다른 세금 조건과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초과 청약 시 안분비례 문제까지 혼재하고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가령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이 더 높은 만큼 청약이 몰릴 것을 우려하는 투자자라면 기간이 먼저 종료되는 MBK 연합 공개매수에 1차로 일부 지분을 청약한 이후 남은 지분은 2차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2차로 청약할 가능성이 있다.
MBK는 "해외 기관 투자자의 경우 자신들의 공개매수가 더 유리하다"며 "양도소득세가 적용되지 않고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개인의 경우도 누진세율을 피하려면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까지 분쟁 장기화 전망…의결권 수싸움 '3라운드' 예고
승부수를 띄운 고려아연이 'KO패'를 면하면 경영권 분쟁은 향후 주주총회 수싸움으로 확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칫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까지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서 최소 매수 물량을 없앤 것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최소 매수 물량이었던 약 7% 아래를 확보해도 절반에 육박하는 의결권 지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공개매수가 끝나면 바로 임시주총을 열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목표 수량(발행주식총수의 14.6%)을 채우기는 어렵지만, 한 자릿수의 지분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고려아연이 계획대로 공개매수 물량 20%를 모두 채우더라도 자사주는 의결권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딜레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매수한 자사주는 소각이 예정돼 있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 청약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 비중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 결과 영풍·MBK 연합이 공개매수에서 지분 1%만 확보하더라도 의결권 지분은 40%대로 늘어난다. 향후 주총 표 대결에서 영풍·MBK의 우위를 점치는 이유다.
'캐스팅보트' 영풍정밀…주가 '3만원' 넘어
최윤범 회장으로서는 고려아연 지분 1.85%를 쥐고 있는 '캐스팅보트' 영풍정밀 경영권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아 가져오는 식이 돼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자 최 회장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수량을 393만7500주(약 25%)에서 551만2500주(약 35%)로 늘렸다. 공개매수 가격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영풍·MBK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14일 영풍정밀 주가는 장중 공개매수가인 3만원을 웃돌면서 최 회장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주가가 3만원을 상회하는 폭이 클수록 최 회장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80% 이상 물량 확대로 제리코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청약하는 것이 MBK파트너스보다 투자자들에게 한층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대부분의 유통 주식을 흡수할 수 있는 규모로 물량을 확대한 만큼, 청약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게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김다정 기자 d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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