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부하에게 로또·담배 심부름 시킨 경찰관…법원 “갑질행위, 감봉은 적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부하 직원에게 수차례 사적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갑질’을 반복한 경찰관에게 감봉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조선일보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민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는 경찰관 두모씨가 서울특별시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두씨는 2022년 12월 갑질 등 비인권적 행위와 부적절한 언행을 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두씨는 이러한 감봉 처분은 부당해 취소해달라며 작년 7월 소송을 냈다.

앞서 두씨는 부하 직원에게 “로또 1등이 많이 나오는 편의점에 들러 로또를 사 오라”고 지시하고, 세탁소에서 자신의 세탁물을 갖고 오라거나 담배를 구해오라는 등 여러 차례 사적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부하 직원들은 ‘업무 지시하듯 요구를 했고, 거절하면 팀 분위기가 나빠지고 곤란해질까봐 이에 응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두씨는 부하 직원이 휴가를 신청했을 때 ‘사전에 대면 보고하지 않아 예의와 도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음주단속 업무와 관련한 부하 직원들의 불만이 윗선에 보고되자 한 직원에게 “입조심해라. 경찰조직에서 비밀은 없다. 내가 끝까지 찾아가서 가만 안 두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두씨는 심부름은 자발적으로 이뤄져 도움을 받은 것일 뿐이고, 업무 배분과 조정을 위해 휴가 사용과 관련해 대면 보고를 요구한 것으로 감봉 처분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씨의 지시는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피해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며 “정당한 징계 사유”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상급자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하급자에게 부당한 업무 등을 지시하는 이런 ‘직장 내 괴롭힘’ 내지 ‘갑질 행위’는 하급자에게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조직 내 인화를 저해하고 협업을 어렵게 해 능동적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시정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