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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친구야, 가을꽃을 보다 너 생각이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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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우라꽃입니다. 나비 바늘꽃, 홍접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바람이 부는 날 멀리서 보면 한 무리의 나비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봄에 펴서 가을까지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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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가을,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번 선물은 가을꽃 한 바구니를 준비했습니다. 강원도 철원 고석정 가을꽃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포토 굿즈 취재하러 다니면서 이렇게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꽃구경을 나온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분들은 중년 여성들이었습니다. 매표소에서 대여해주는 화관을 쓰고 꽃밭에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으며 웃는 얼굴이 십 대 소녀처럼 해사합니다. 신기하죠? 꽃송이에 어찌 저렇게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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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지난달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일 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친구들인데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서 모이게 됐습니다. 타향살이가 고단했는지 친구는 만나자마자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서로가 참 그리웠겠죠. 곧 둘째 출산을 앞둔 친구,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아는 친구, 항상 만남을 가장 먼저 준비하고 기다려주는 친구, 여전히 수줍은 친구까지…. 한 친구가 흑백사진 한장을 꺼냈습니다. 제가 막 사진을 막 배우기 시작했던 때 필름으로 찍고 인화한 사진이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찍은 사진 한장으로 저희는 한참이나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오래된 친구들은 시간을 되돌려 그때의 나로 만드는 마법사 같습니다.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기사를 보다 네 생각이 났다’고 연락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보고 싶었던 친구가 가을꽃 사진에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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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문한 날 오전에는 가을비가 지나간 뒤였습니다. 덕분에 신발과 바지는 진흙으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꽃잎마다 풀잎마다 맺힌 물방울이 가을빛에 반응합니다. 마치 조명을 달아놓은 것처럼 소란스럽게 반짝입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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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을 하면 코스모스죠? 고석정 꽃밭에서 만난 코스모스는 손바닥만 한 커다란 코스모스였습니다. 길가에 피는 작고 하늘하늘한 코스모스와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립니다. 멀리서 파도처럼 흔들리는 코스모스에 발걸음이 사뿐해집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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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 꽃밭’은 지난달 30일에 문을 열어 이번 달까지만 운영됩니다. 축구장 30여개 정도의 크기의 꽃밭에서 여우꼬리 맨드라미를 비롯해 코스모스, 천일홍, 촛불 맨드라미, 핑크뮬리 등 24종 100만여 그루의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은 깡통 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실 수 있습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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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이 꽃밭은 탱크 기동 훈련장이었습니다. 철원군이 국방부로부터 이 부지를 넘겨받은 뒤 2016년부터 꽃밭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매해 그 규모를 키웠고 누적 방문객 2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꽃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2년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습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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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 꽃밭은 봄과 가을에 문을 엽니다. 봄과 가을에 피는 꽃을 심어서 각각 2, 3개월 정도만 문을 엽니다. 그 외 기간에는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번 가을 꽃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곳은 단연 해바라기밭입니다. 고석정 꽃밭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해바라기밭은 다른 꽃밭과 비교해 월등히 넓은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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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 가장 안쪽 끝까지 들어가 해바라기밭을 올려다 보면 다가오는 그 감동이 남다릅니다. 지금은 한풀 꺾인 상태지만 해바라기가 절정이었을 때엔 마치 해바라기 바다 같은 장관을 선보였습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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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정 꽃밭을 방문할 때는 꼭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지금이 꼭 기록해놔야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함께 꽃구경에 나선 친구가 몇 번이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때 투덜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사진을 찍어줘야 합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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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하는 게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계신가요? 그 어색함, 잠깐뿐일 겁니다.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고마움이 그 어색함을 밀어낼 테니까요. 잘 지내고 계세요. 2주 뒤의 독자님의 안부를 물으며 돌아오겠습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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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뉴스 현장에서도 틈틈이 우리 사회의 따스함을 전해온 백소아 기자가 독자님들의 마음의 창을 열 사진 선물을 들고 옵니다. 그 창 너머 펼쳐지는 이 계절과 시대의 한장을 지금 구독하세요. 격주 월요일 11시에 새 글이 올라옵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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