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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분만병원 지역 가산제, 산부인과 지역 차별·인프라 붕괴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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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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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분만병원 지원 정책이 오히려 산부인과 병원의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폐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역 가산제도로 인해 특례시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폐업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52차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산부인과의사회 이인식 부회장는 "정부가 분만 병원 지원을 위해 2,600억원을 투입했지만, 특례시와 광역시에 대한 개념 정리없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특례시와 광역시 간 차별적 지원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강조했다.

이인식 부회장은 "특례시는 광역시보다 인구밀도와 의료 인프라가 휠씬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역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분만 건당 110만원을 지급하는 반면, 광역시는 55만원 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서울과 경기, 인천과 경기는 같은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 기준으로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런 차등 지원은 분만병원 간 인위적인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초래한다"며 "결국 분만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가산제도로 인해 인력난이 심화되고 폐업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서울지역의 분만 인프라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분만 건당 지역 가산제도에서 서울은 광역시로 55만원이 지원이 제외되면서 경기도 산부인과 병원과 차이가 난다"며 "경기도 산부인과에서 지역가산으로 월급을 대폭 올려서 구인하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어려워 병원 유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만병원은 24시간 365일 의사, 간호사, 신생아실, 병동, 수술실, 주방, 원무, 건물 관리 등 다양한 팀이 가동돼야 하는데, 24시간 근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높은 지원금을 받는 지역의 병원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월급을 대폭 올리면서, 분만 수도 적고,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다른 지역 병원들은 폐업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지역 가산제도는 특례시와 광역시 간의 차별적인 지원, 생활권을 고려하지 않은 지원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이는 분만병원 간 인위적인 부익부 빈익빈 상황을 초래하고, 결국 분만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포르시안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이인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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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가 현실적 지원 정책을 통해 산부인과 병원의 경영난 해소와 안정적인 분만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지역 가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생활권 기준의 지원을 통해 분만병원 간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인식 부회장은 "현실적인 지원과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지역 가산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지원금을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지역 간의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또한 산부인과 의사와 간호사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의 인센티브 제공이나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정부는 현실적인 지원 정책을 통해 산부인과 병원의 경영난 해소와 안정적인 분만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새로운 분만기관 신설도 중요하지만 기존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적자 상태인 분만 산부인과에 실질적 긴급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사고 배상의 국가 책임제 전환도 촉구했다. 정부가 책임보험 형식으로 추진 중인 공제는 정부가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는 형식인데, 결국 나머지 절반은 의료기관의 부담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2월 정부는 형사처벌 특례법 체계 도입의 전제인 충분한 보상을 위해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과 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손해배상과 보험료 적정화를 반영한 공제를 개발·운영하며, 피해자의 소통과 상담, 안전관리 지원을 위한 가칭 의료기관 안전 공제회'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필수 진료과와 전공의 등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보험과 공제를 개발하고 보험료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에 대한 보험료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예산에 94억원을 신규 배정했으며, 산부인과 개원의에게는 14억 3,9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분만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621명에게 1인당 463만 5,500원의 보험료를 50% 지원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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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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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정부는 안전한 분만 환경 유지를 위해 책임보험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463만 5,500원이라는 돈을 연간 지원한다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는 식"이라며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는 연간 463만 원5,500원이라는 돈을 지급해야만 책임보험의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연 회장은 "국가 배상은 국고지원금에서 기금 나와야 하는 것인데, 책임보험료로 할당하려는 정부 정책은 첫 단추가 잘못됐다"며 "이 제도가 실행된다면 필수의료인 분만 현장에서 산부인과가 더 이탈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자고 하면서 필수의료 의사들한테 책임보험을 강제화하고 보험료를 할증시키면서 비용을 부담케 하는 것은 필수의료의 씨를 아예 말리려는 작태"라며 "'의료기관 안전 공제회' 설립을 중단하고, 설립 예산과 필수의료 전액을 국가 배상기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분만사고 배상 국가 책임제로 전환해 줄것을 요구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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