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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유엔에서 '위안부 부인' 日 발언에 한국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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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인권·사회 문제를 다루는 유엔 회의에서 북한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가장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라고 비난하자 일본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이를 부인해 양측이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안부 문제 제기의 근거가 없다는 일본의 주장에 한국 정부 대표가 침묵한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하는 동안 정부와 군사력을 동원해 저지른 20만 명의 조선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성노예화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또 "일본 당국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범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부인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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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 [사진= 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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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본 대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우리의 입장을 반복하지는 않겠다"면서 "그러나 앞서 북한의 일본에 대한 언급은 잘못된 것이며 근거가 없는(erroneous and groundless) 주장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본 대표는 북한의 언급 중 무엇이 근거없는 주장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일본 대표는 이어 "모든 나라와 지역은 겸허한 자세로 자신의 역사를 직시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서 해온 일"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대표는 또 "일본은 8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 번영에 기여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북한은 추가 발언권을 얻어 일본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북한 대표단은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전적으로 거부한다"면서 "일본은 지난 세기에 무력으로 한반도를 점령하고 840만 명 이상의 한국 청년과 중년층을 징집한 세계 최악의 전범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일본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한국 대표단은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일본 대표의 발언에 이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의 대표가 이의 제기를 하지 않고 침묵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유엔에 오래 근무한 외교관 출신 전문가는 "북한의 발언은 북한인권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 목적으로 보여지지만, 일본 대표가 위안부 문제 제기를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공개적으로 부정한 것에 한국이 반박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이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를 부정한 것에 정부가 침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현대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의 가장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하고 일본 정부가 책임 인정은 물론 사죄와 배상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 대표는 올해 발언한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북한의 주장은 잘못되고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당시에도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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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이사회 회의 모습 [사진=유엔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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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 같은 태도는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합의가 있기 전까지 남과 북은 유엔의 인권 관련 회의에서 위안부 문제가 제기되면 한 목소리를 내며 일본을 비판하곤 했다. 하지만 2015년 한·일이 '위안부 문제는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으며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로 상호 비난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이후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일본에 대한 직접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정통한 전직 관료 출신 전문가는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것은 명백한 한·일 합의 위반"이라며 "정부가 북한의 문제 제기에 동조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일본 대표의 위안부 부정 발언에 대해서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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