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걱정 불식 위해 필요”
한 대표는 앞서 지난 9일 “김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10일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가 오는 16일 재·보선 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獨對)를 앞둔 상황에서 김 여사 문제를 두고 커지는 여권의 위기감과 당정 동반 지지율 하락 등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까지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공개 언급하고 나온 것은 이 문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해결해야 할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현재 여권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고, 이 문제를 물밑에서 해결할 단계는 지났다고 보고 공개 행동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표는 주말인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취재진이 김 여사를 둘러싼 대통령실의 비선(祕線) 인사 논란에 관해 묻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9일)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기소 불가피성’(10일)을 공개 언급한 데 이어 3일 연속 김 여사 문제를 정면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그것은 정부·여당이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상 대통령의 인사권과 관련한 문제는 여당 지도부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다. 그런데도 한 대표가 관련 언급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대통령실과의 충돌을 각오하고 윤 대통령에게 이를 요청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
한 대표 측 인사들은 한 대표가 생각하는 인적 쇄신 범위와 관련해 “김 여사 비선으로 지목된 인사에 국한된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곳곳에 포진한 김 여사 관련 일부 인사가 직위를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해 의사 결정을 왜곡했고, 그 결과 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 등 난맥이 발생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정무·정책 보좌는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들이 해야 하는데, ‘김 여사 비선’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공적 시스템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경선 전부터 윤 대통령 내외를 돕거나 가까이서 수행한 인사 일부가 현 정권 출범과 함께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으로 기용됐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김 여사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인사 결정과 관련해 수석비서관들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들이 여권에서 돌았다. 이른바 ‘문고리 실세설’이다. 최근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한 인터넷 매체와 통화하며 “김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먹는다”고 말한 녹취가 공개된 것도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김 전 행정관은 김 여사와 관련 있는 일부 인사를 ‘십상시(十常侍)’에 빗댔다. 한 대표 측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김 여사와 가까운 인사들을 ‘한남동(관저) 라인’이라고 지칭하며 “(이들 때문에) 대통령실 기강이 콩가루가 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한 대표의 잇단 발언은 10·16 재·보선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의 관련 발언이 모두 국민의힘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보는 인천 강화군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나온 것도 이런 차원이란 설명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보고 차단선을 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선 “이번 재·보선 후로 예정된 대통령과의 독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독대가 그저 ‘만났다’ 정도로 끝난다면 한 대표로서도 정치적 타격이 클 것”이라며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가시적 조치를 이끌어 내려고 압박 강도를 높여가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친윤계 일각에선 “한 대표가 대통령과 독대를 앞둔 시점에선 발언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공개 언급을 이어간다면 독대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대표 측근은 “독대를 하더라도 김 여사 문제를 덮어만 둔다면 나중에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