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과 라오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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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에서) 김 여사 라인이 없으면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없애겠다고 답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전날 자신이 내놓은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통령실이 묵묵부답을 이어가자, ‘김건희 라인’을 못박아 거듭 정리를 요구한 것이다. 한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면서, 양쪽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한 대표가 측근들에게 12일 “대통령실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대통령실에 김 여사 라인이 없으면 없다고, 그렇지 않으면 없애겠다고밖에 답을 못 할 텐데, 아직도 답이 없는 걸 보니 답이 애매한가 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날 한겨레에 밝혔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답변을 재촉한 것이다. 한 대표는 “어떤 공조직에도 공적 권한이 없는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 부부의 오랜 지인인 비서관·선임행정관·행정관 7명가량이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돼왔다. 이들은 지난 4월 나온 ‘박영선 국무총리, 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의 진원지로 의심받기도 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최근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했다. 김 여사를 모시는 4인방, 7인방 등 얘기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김 여사를 제대로 모셨다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고 이 정도까지 국민 눈높이에 못 맞췄겠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한 대표는 공식 라인이 다 죽고 김 여사 라인이 쳐버린 ‘인의 장막’을 정리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엔 명태균·김대남씨의 폭로까지 나오며 ‘김건희 리스크’가 정부·여당에 지속적인 부담이 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9일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12일 “대통령실 인적 쇄신”, 13일 “김 여사 라인”으로 한 대표의 윤 대통령 압박 강도가 연일 높아진 것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 위기감과도 무관치 않다. 또 다른 당 지도부의 의원은 “(보궐선거를 치르는) 부산 금정구도 가고, 인천 강화군도 가보면, 윤 대통령 실책이나 무능에 대한 평가보다 김 여사 리스크 때문에 감점된 게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는 한 대표가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거론한 것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대표가 재보선 결과의 책임을 윤 대통령 부부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라는 의심도 나왔다. 친윤계 한 의원은 “여론은 수시로 바뀌는 건데, 사람들이 기분 나쁘다고 소리 지른다고 돌팔매질을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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