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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한강 사인본 500만원에 팔아요” 진짜일까…역대 수상자들 시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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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스앤드노블서 재고 동나고
영문판 사인본 100만원 경매

국내선 한강책 독서모임 늘고
헌책방까지 재고 문의 급증
부친 한승원 책도 베스트셀러


매일경제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2024 노벨문학상 특별 매대에 한강 작가의 책 전량이 모두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날 한강 책은 하루만에 30만부 이상 판매되고 정확한 판매부수 파악이 불가능해질 정도여서 서점가에는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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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책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온라인 중고시장이 한강 책 구매 열기로 들끓고 있다. 초판이란 책의 1쇄, 즉 첫 번째 판본을 의미하는데 재고 소진으로 한강 책을 오프라인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게 되자 고가에 책을 팔고 사려는 독자 분위기가 형성돼서다. 심지어 온라인 중고서점 알라딘에는 “한강 대표작 ‘채식주의자’ 초판 저자 사인본을 ‘500만원’에 팔겠다”는 내용의 북셀러 글까지 등장했다. 매매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비현실적 호가이지만 한강 책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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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출간된 한강 ‘채식주의자’ 초판 저자 사인본을 500만원에 팔겠다(호가)는 알라딘 온라인 중고서점의 게시글. [사진 출처 = 알라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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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현재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선 한강 작가의 책의 거의 소진됐다. 알라단에 등록한 개인 판매자가 한강 작가의 중고서적을 판매중이긴 하지만 책 가격에 3000원 남짓의 배송료를 추가하면 정가 이상의 책만 남았고, 그조차도 재고가 적은 상태다.

국내 최대 규모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강 저자 사인이 담긴 책은 이미 고가에 매매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이 온다’는 20만원에 거래가 완료됐다는 글이 검색되고 있으며, 같은 책의 초판 1쇄를 “20만원, 40만원에 구매하고 싶다”는 글도 올라온 상태다. 한강 ‘채식주의자’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단편집 ‘내 여자의 열매’의 판매가는 10만원이다. 심지어 같은 카페에선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 한강 수상 기사가 1면톱으로 담긴 11일자 조간신문 세트까지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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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중고책


노벨상 작가의 대표작 초판, 특히 친필 사인본은 해외에서도 수백 달러에 거래되는 현실이다보니 국내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에선 이미 한강 ‘채식주의자’ 영문판의 초판 사인본 경매가 시작됐다. 미국에서 2015년 출간된 초판 에디션으로 낙서 하나 없이 깨끗한 데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 한강의 한글, 영문 친필 사인이 있는 이 책의 입찰가는 520파운드(약 92만원)로, 입찰자가 13일 오후(한국시간) 47명까지 늘어났다. 일주일 뒤 낙찰자가 선정되는데 낙찰가는 100만원 이상이 확실시된다.

현재 이베이에선 토니 모리슨(1993년 노벨문학상)의 대표작 ‘빌러비드’ 사인본은 700달러, 오르한 파묵(2006년 수상) ‘이스탄불’ 사인본은 300달러, 아니 에르노(2022년 수상)의 ‘단순한 열정’은 400달러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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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중고책


한강 책 구매 행렬은 주말 사이 헌책방에서도 이어졌다. 경기 고양시 유명 헌책방인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의 윤성근 대표는 “방문한 손님들 중 한강 작가의 책이 남았는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며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에 ‘채식주의자’와 한강 시집 ‘저녁을 서랍에 넣어두었다’를 정가의 절반가격에 판매했는데, 한강 작가 책을 구하기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 그 손님들 입장에선 나름의 ‘득템’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유명 북클럽들은 일제히 ‘한강 소설 읽기’ 모임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한강의 책을 다수 펴낸 문학동네의 독서모임 ‘독파’는 한강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검은 사슴’, ‘디에센셜 한강’ 등 5권의 독서모임을 만든다. ‘독파’를 담당하는 박민재 문학동네 팀장은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11일부터 독파 홈페이지를 점검중이며, 16일부터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한강 소설가의 책 5권 전권의 독서모임을 개시한다”고 말했다.

독서모임 플랫폼 ‘그믐’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모임이 속속 개설됐다. ‘그믐’은 장강명 소설가가 운영하는 독자 자율의 독서 플랫폼으로, 누구나 책을 정한 뒤 개설이 가능하고 자유롭게 해당 책에 대한 댓글을 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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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설치된 한강 부친 한승원 작가의 매대. 당초 한강 소설가의 ‘노벨상 수상 기념 특별 매대’가 설치됐으나 한강 책 재고가 전량 소진되자 부친 한승원 작가 매대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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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특수’는 그의 부친 한승원 작가의 책 판매에도 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 주말 한강 작가의 노벨상 특별 매대 자리에 ‘한승원 작가 도서 모음전: 소설가 한강 그의 아버지, 세대를 이어가는 감성의 힘’ 매대를 마련했다. 한승원 작가의 소설 2023년 소설 ‘초의’는 13일 교보문고 온라인 베스트셀러 소설 분야에서 전날보다 205계단 상승한 250위로 껑충 뛰었다. ‘한승원의 글쓰기 비법 108가지’, 산문집 ‘꽃을 꺾어 집으로 돌아오다’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한강 책 특수는 뉴욕 최고 서점에서도 매진으로도 이어졌다. 반스앤노블 뉴욕 맨해튼점, 록펠러센터점 에서 한강 저서는 단 한 권도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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