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9일(현지시각) 영국 노팅엄셔주 랫클리프 온 소어 발전소 전경. 영국 마지막 석탄발전소였던 이 발전소는 다음날인 30일 가동을 멈춰, 영국 석탄발전은 142년 만에 끝났다. 노팅엄셔/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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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 발전소가 지난달 30일 가동을 중단하였다. 1882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된 지 142년 만의 일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유럽의 에너지 수급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영국이 이러한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이유는 명확하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흐름을 영국이 놓치지 않고자 함이다. 브렉시트 이후 조금 비틀거리고 있긴 하나 영국은 영국이다. 글로벌 석탄 사용량이 올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되는 지금,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인류 문명의 가장 빠른 성장을 이끌었던 영국이 가장 먼저 석탄을 퇴출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시대가 바뀌고 있다. 화석연료의 시대가 저물고 재생에너지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의 시대는 화석연료가 사라져서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주 심플하다. 무엇보다도 이미 화석연료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훨씬 싸졌고 앞으로도 가격 하락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 집중형 대량 생산소비방식인 화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에 비해 탈중앙화, 연결, 공유와 개방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들이 세상에 자리 잡을수록 효율이 극대화되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현실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제정세가 너무 불안하기 때문이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 격화되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을 고조시켜 국제 유가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불안정한 국제정세 속에서 탄소중립 2050이라는 버거운 숙제와 함께 당면한 에너지 안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영국의 탈석탄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점은 무엇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였다. 영국은 2008년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규정한 기후변화법을 제정한 이후, 매우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관련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강력히 시행해 왔다. 그 결과, 2012년 기준 약 40%에 육박했던 석탄화력 발전 비중을 불과 10여년 만에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는 어떠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라. 한국전력이 호남과 동해안, 제주 등에 송전선로 부족을 이유로 무려 2032년까지 신규 태양광·풍력 설치를 제한하고 나섰다. 글로벌 트렌드를 고려할 때 정말 믿을 수 없는 선택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고 진정성이 있었다면 결코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특히 기술혁신의 흐름을 읽지 못해 쇠락한 국가들의 사례는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청나라의 몰락, 스페인 제국의 쇠퇴, 오스만 제국의 패망은 모두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였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개편되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에너지 정책이다. 우리 정부도 영국이 그러했듯이 지금이라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그 핵심은 전기에 있다. 어떻게 하면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면서도 그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분산시킬 수 있을까?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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