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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햄버거, 아무 생각 없이 먹었는데”…이런 식품이 위험한 진짜 이유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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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
크리스 반 툴레켄 지음, 김성훈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매일경제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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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콜라 같은 초가공식품은 정말 괜찮을까. 인공감미료는 칼로리가 없으니까 비만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감미료를 아주 소량의 설탕과 같이 먹기만 해도 인슐린 수치가 현저히 높아진다. 배고픔을 유발하고 식욕을 돋구는 셈이다.

입안에 단맛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설탕이 들어올 줄 알고 준비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설탕이 들어오지 않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저자 크리스 반 툴레켄은 영국의 의사이자 의학 전문 방송인이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련했고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에서 분자 바이러스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기업이 아동 영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유니세프, 세계보건기구와 협력하고 있다. 2021년에 한 달간 식단의 80퍼센트를 초가공식품으로 먹은 뒤 몸의 변화를 관찰한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초가공식품’이란 용어를 널리 알렸다.

책 ‘초가공식품, 음식이 아닌 음식에 중독되다’는 이 식단 실험을 계기로 초가공식품의 시작과 역사, 식품 산업의 기만적 마케팅, 신뢰할 수 없는 학계의 연구를 집요하게 추적한 책이다.

우선 초가공식품이란,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어 있고 표준의 가정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성분이 한 가지라도 들어 있다면 초가공식품이다. 우리에게 ‘정프푸드’로 익숙하게 알려진 것이 많지만, 다이어트 식품, 유기농 식품, 윤리적 식품이라는 것들 중에도 초가공식품이 많다.

도마 위에 놓인 첫 초가공식품은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이다. 아이스크림은 더 이상 우유, 크림, 계란 같은 현실의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신에 값비싼 재료를 그냥 흉내만 내주는 팜스테아린, 팜핵유, 환원유, 유화제로 만들어진다. 그래야 폼 덩어리(아이스크림)는 실온에서도 크리미하며 잘 녹지 않고 전 세계로 유통될 수 있다.

결국 가격과 비용의 문제다. 초가공식품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통적인 음식의 성분을 더 저렴한 재료와 첨가물 성분으로 대체해서 유통기한을 늘리고, 중앙집중식 유통을 용이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과도한 섭취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초가공식품은 버터와 전분에서 시작됐다. 버터는 언제나 비싼 게 문제였다. RBD(정제, 표백, 악취 제거) 가공을 통해 동물성 지방에서 식물성 지방으로 저렴하게 대체됐다. 온갖 가공식품에서 시어 지방, 팜 지방, 망고씨 지방, 팜 스테아르산염, 코코넛 지방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또 화학자들은 전분을 화학적으로 변성하면 자기가 원하는 정확한 물성을 만들 수 있다. 이 성분은 지방과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고, 얼음이 어는 동안 물을 잡아둘 수도 있으며, 어떤 소스라도 더 두껍게 바를 수 있다.

매일경제

저자는 우리의 신체 메커니즘을 하나의 군비 경쟁으로 요약한다. 먹는다는 것은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되어온 군비 경쟁 속에서 경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식 동물들은 먹잇감을 확보하기 위해 서로 경쟁할 뿐 아니라 먹잇감 그 자체와도 경쟁해야 한다. 식물은 동물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독소, 가시, 기타 방어체계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식생활 관련 질병은 우리의 고대 유전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가공되는 식품 생태계와 충돌하면서 생기는 것이다. 이같은 군비 경쟁이 에너지 흐름이 아니라 돈의 흐름에서 동력을 얻는 게 문제다.

원래 우리는 잘 살찌지 않는다. 모유만 먹어온 아기들을 대상으로 자기 맘대로 먹게끔 실험한 결과 아기들은 스스로 최적의 영양 상태에 도달했다. 윤리적인 의문점이 들긴 하지만, 사람은 뇌와 소화기관 사이에서 주고받는 신호를 통해 자기 몸의 필요에 반응해서 스스로 식사 조절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같은 자기 조절 능력은 초가공식품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 마치 따뜻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작은 히터 하나로 겨울을 잘 보낼 수 있지만, 추운 캐나다에서는 작은 히터로는 역부족인 것과 같다.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저 식품 자체만은 아니다. 광고, 가게 앞 광고판, 가격, 포장, 냄새 등 섭식과 관련된 모든 외부 단서가 우리 뇌와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가공식품에 빠지지 않는 인공향미료는 비만과 과잉 섭취 문제를 일으킨다. 그동안 후각은 우리가 안전하고 영양 많은 식품을 고르고 독성이 있는 위험한 식품을 피하게 해줬다. 하지만 초가공식품은 이를 활용하여 감각적 거짓말을 한다.

대표적인 초가공식품으로 프링클스와 코카콜라를 꼽았다. 프링글스에는 글루탐산염, 구아닐산, 이노닌산 같은 향미강화제가 들어간다. 감칠맛을 내는 세가지 분자는 해초류, 가리비, 멸치, 간장, 버섯류에서 발견된다. 우리 몸은 얼큰한 육수가 들어올 것을 대비하지만, 정작 들어온 것은 프링글스다.

더 나아가 코카콜라는 공중보건 프로그램에 자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코카콜라로부터 지원받은 논문들은 운동 부족이 체중 상태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코카콜라가 공중보건 관련 연구나 정책에 손 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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