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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채식주의자’, 독자 불편하게 하고 질문 던져··· 내 번역도 같은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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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데보라 스미스 2016년 번역 후기 재조명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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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54)이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그의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는 2016년 ‘대산문화’ 여름호에 실린 번역 후기에서 “번역은 번역이자 해석”이라며 “번역은 단 한 가지 해석을 낳지 않으며, 원문이 지닌 다수의 가능성을 온전히 전달해 주관에 따라 작품을 해석할 여지 또한 남겨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번역가는 문화적 특수성을 지키고 동시에 과도한 ‘방향 지시’를 하지 않아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와 같은 소설을 번역할 대면 이러한 줄타기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사회 금기에 도전하는 잔혹하고 시적인 연작소설에서 작가는 중심 인물을 주변 인물들의 각기 다른 렌즈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주인공한테 극단적인 수동성을 부여한다”고 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강은 ‘주인공이란 어떠해야 한다’는 유럽 중심적 통념에 도전한다는 것이 번역가로서 그의 생각이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가 사회학적 보고서보다는 음시(音詩)에 가까운 작품이라며 “작품이 지닌 해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한강은 ‘채식주의자’ 편집 과정에 참여해 세심하게 조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어와 한국어의 거리 때문에도 적확한 문장 구조와 어휘를 찾기 위해 공을 들여야 했다’며 “예컨대 ‘완전히(completely)’와 ‘당연히(surely)’와 같 같은 부사는 1부에 주로 삽입하는 등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스미스는 한강이 소설을 통해 독자를 자극하고, 불편하게 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질문에 대한 각자의 답을 모색하게 만든다며 “나 역시 내 번역이 그런 자극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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