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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한강 세계에 알린 '채식주의자' 반전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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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첫 주목 받은 '채식주의자'

집필 당시 손가락 관절염으로 "볼펜으로 타이핑"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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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앞서 ‘채식주의자’로 먼저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채식주의자’는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문학상인 ‘부커상’에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2018년에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이러한 밑 바탕을 디딤돌 삼아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의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집필할 당시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부커상과 한 인터뷰에서 “‘채식주의자’를 집필한 지 10여 년이 지나 부커상을 수상하게 되니 좋은 의미에서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며 “부커상을 통해 제 작품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점점 더 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번역되어 출판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 영화와 대중음악의 세계적인 성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강은 다양한 나라에서 ‘채식주의자’가 출간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문화와 세대 간의 미묘한 해석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소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방식”이라며 “모든 곳에서 여성 독자들이 이 소설을 더 많이 수용하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를 쓰면서 보낸 3년은 제게 힘든 시간이었고, 이렇게 많은 독자를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당시에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지, 심지어 작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한강은 “손가락 관절염이 심했던 터라 처음 두 작품은 종이 위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펠트펜으로 썼다”며 “마지막 작품은 볼펜 두 자루를 거꾸로 들고 타이핑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세 작품을 묶은 소설집이다. 이어 “특히 소설의 주인공 영혜는 성공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아서 지금도 소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어색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한강은 “어쨌든 그 시기를 잘 견뎌내고 소설을 완성했다”며 “그리고 나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채식주의자’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혜의 언니는 구급차 창밖을 응시한다. 한강은 이 장면을 두고 마치 대답을 기다리며 무언가에 항의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질문, 즉 ‘아름다운 동시에 폭력적인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다음 소설을 썼다”고 했다.

한강은 수상자 발표 후 노벨상 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채식주의자’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 작품을 3년에 걸쳐 썼고, 그 3년은 여러 이유로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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