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가짜 부동산' 무등록중개 판친다① 부동산 거래 절반이 '직거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최근 약 3년 간 이뤄진 국내 부동산 거래 300만여건 중 약 46%가 직거래(무등록 중개 포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컨설팅'을 빙자한 무등록 중개영업이 성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전국 1년 100여건에 그치는 등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머니투데이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1월~2024년 8월 34개월 간 국내 부동산 거래는 총 318만6963건 이뤄졌다. 이중 중개거래의 비중은 54.2%(172만8659건), 직거래 비중은 45.8%(145만8304건)였다. 해당 기간 거래대상별 직거래 비중은 △아파트 11.7% △분양권 16.4% △오피스텔 30.9% △연립다세대 31.9% △공장창고등 41.2% △단독다가구 43.8% △상업업무용 53.9% △토지 76.0% 등이다
공인중개 업계에선 직거래 중 90% 이상이 기획 부동산, 부동산 컨설팅 업자 등의 불법중개 또는 '무등록 공인중개사'가 주도한 거래일 것으로 추산한다. 무등록자는 실거래가 신고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직거래가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주택 임대차, 특히 월세에 국한된 것으로, 매매거래가 직거래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불법·무등록 중개를 잡아낼 시스템이 없어서 모두 직거래로 통계가 잡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거래대상에 비해 투명성이 높은 아파트·분양권 거래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직거래 비중이 낮았다. 그럼에도 해당 기간 중 아파트 11만6939건, 분양권 1만7380건의 직거래가 이뤄졌다. 아파트 시세가 높아지면서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거래를 택하는 사례가 나온다. 직거래 가격이 중개거래 가격보다 낮은 경우가 많은데, 최대 77%에 달하는 양도세를 아끼기 위해 '다운계약' 등 편법 거래에 직거래가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과 연립·다세대주택, 단독·다가구주택은 10건 중 3~4건이 직거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인천 미추홀구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대상 주택은 대부분 '직거래'로 분류된다. 당시 집주인을 사칭한 사람이 개업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세입자와 직접 전세계약을 맺은 후 잠적하는 등 사기수법이 활용됐다.
토지 거래는 4건 중 3건이 직거래였다. 토지거래는 대부분 지방 군단위에서 이뤄지는데, 논과 밭, 임야, 잡종지 등 '시골 땅'이 많다.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 공인중개사가 아닌 지역 유지 또는 컨설팅 업체가 무등록 중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이유로 직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무등록 중개 관리·감독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입수한 지난해 '공인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지 않고 중개업을 하는 미등록중개사를 고발·수사의뢰 등 조치한 내역' 자료에 따르면, 조치내역은 지난해 전국을 모두 합쳐 169건에 그친다. 지역별로 △경기 42건 △서울 37건 △경북 18건 △인천 10건 △충남 10건 △부산 9건 △경남 9건 △세종 8건 △대구 7건 △강원 5건 △충북 5건 △광주 3건 △울산 2건 △전남 2건 △대전 1건 △제주 1건에 그쳤다. 전북에선 조치내역이 전무했다. 올해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전세사기와 시세조작,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 부정 거래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강남 로또청약 현장 주변에선 '떴다방'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행정관청이 매년 일시단속을 실시하지만 무등록 업자들은 이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행정관청이 불법요소를 파악해 검찰에 기소를 요청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무등록 업자가 직거래로 처리하면 계약서 등 증거가 남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군·구청마다 겨우 1~2명이 관내 수천명의 개업공인중개사들과 불법중개 행위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도맡고 있어 민원처리만으로도 힘겨운 현실"이라며 "부동산 거래 관련 불법행위는 지역 내 공인중개사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탐지할 수 있지만 현재 공인중개사협회에 조사·고발권한이 없어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