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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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통위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코로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어왔던 통화 긴축을 풀고 금융 완화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캐나다·영국 등이 금리를 낮추고 미국도 지난달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지만 한은은 주저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수도권 집값과 가계 부채 때문에 선뜻 금리를 낮추지 못했다. 그러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빚 증가와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자 마침내 금리 인하에 나섰다.
이번 금리 인하로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연간 3조원 줄어들지만 다중 채무자, 취약 차주 등은 숨통이 트이지 않을 것이다. 고금리·고물가로 지출은 늘었는데 소득은 별로 늘지 않아 적자 살림을 살고 있는 가구가 넷 중 하나꼴(23%)에 달한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으니 소매 판매액 지수는 9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취약층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고 침체된 서민 경제를 부양하려면 금리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대출받아 집 사는 ‘영끌 투자’가 다시 불붙을 것을 우려해 올해 안엔 금리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작다고 사전 경고를 했다. 한은의 금융정책만으론 내수 침체를 부양하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결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적자 재정으로 돈 풀 여력이 적기는 하나 불필요한 지출이나 낭비적 요소를 찾아내 지출 구조 조정을 과감하게 하면서, 그 여력을 경기 부양 효과가 큰 사업에 할애해서 내수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자영업 구조 조정 및 창업·재취업 교육,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혁파 등 근본 조치도 당연히 병행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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