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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원폭 피해단체에 노벨평화상…러·북·이란의 ‘핵위협’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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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요르겐 와네 프리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11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노벨연구소에서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단체 '일본 히단쿄'의 로고를 보여주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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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11일 일본의 원폭피해자 단체인 ‘일본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히단쿄)’를 202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전 세계가 또 다시 직면한 핵무기 사용의 공포와 핵 확산 문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 이란, 중국 등 반(反)서방 권위주의 국가들이 핵무기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을 연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의 참혹한 결과를 재조명함으로써 국제사회와 인류가 핵확산 방지 및 사용 금지에 적극 나서야 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히단쿄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생존 피해자(피폭자) 모임이다. 노벨 위원회는 “히단쿄의 피폭자들은 자신들이 치른 값비싼 경험을 평화를 위한 희망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기로 선택했다”며 “이들의 특별한 노력으로 핵에 대한 금기(nuclear taboo)가 형성되었고, 덕분에 지난 80년 동안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오늘날 핵무기 사용에 대한 이러한 금기가 큰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핵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새로운 국가들이 핵무기 획득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노벨위원회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핵무기의 현대화’와 ‘핵무기 획득의 준비’, 또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은 각각 중국과 북한, 이란,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현재 500여개로 추정되는 핵탄두 보유량을 2030년까지 1000여개로 늘릴 전망이다. 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ICBM을 보관·발사하는 핵 사일로를 대거 건설 중이다. 북한 역시 보유 핵탄두의 수를 늘리고, 소형화와 다양화, 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나섰다.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보유를 늘이면서, 핵무기 제조 직전 단계까지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러시아의 핵 전쟁 위협 고조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탱크 지원, 로켓·미사일 지원, 전투기 지원 등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신형 발사체 실험, 핵타격 모의 실험, 전술핵 배치 확대 등 단계적으로 핵 위협의 수위를 높여왔다. 최근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 국가도 러시아의 핵 타격 대상으로 삼겠다”며 핵무기 사용 원칙(핵교리) 개정을 지시하기까지 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타격 지대지 미사일의 사용 제한(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을 풀려는 조짐이 보이자 즉각 핵위협의 고삐를 조인 것이다.

이처럼 핵을 둘러싼 국제적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1960년대부터 구축되어 온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중심의 핵 억제 체제가 점점 무력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러시아와 미국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폐기,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 참여 중단 및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등이 핵 억제 체제 붕괴의 조짐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핵무기 보유 여론 확산, 일본의 아시아판 나토를 통한 핵공유 시도 역시 유사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피폭자들의 증언을 통해 핵무기 사용이 얼마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한다”며 “세계의 모든 지도자들이 그들에게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핵 위협이 수상자 결정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핵무기 사용 위협이 핵금기를 무너뜨리고 있다(damaging)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것이 노르웨이를 포함한 나토 회원국을 위협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 경고임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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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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