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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LG 'AI칩' 공급 다변화···"비용·수급·전력문제 '세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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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AI칩'으로 脫엔비디아 속도

엔비디아, AI용 GPU 70% 점유

수천만원대 칩 1년치 물량 동나

퓨리오사AI 손잡고 공급망 확대

침체된 韓 AI칩시장 전환점 기대

전력소비 줄여 요금 절감 효과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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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이 퓨리오사AI와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칩 하나의 가격이 수천만 원에 이르는 고비용 문제와 원하는 칩을 원하는 때에 구할 수 없는 공급 부족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의 새로운 도전이 한국의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가속기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엔비디아 자체 소프트웨어인 ‘쿠다(CUDA)’로 알고리즘을 짜고 이를 기반으로 만든 고급 AI 모델들을 쏟아내면서 엔비디아 칩은 AI 시장의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현재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라이벌인 인텔과 AMD를 멀찍이 따돌리고 세계 AI 칩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AI 업계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회사들이 엔비디아 GPU를 싹쓸이하면서 공급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주최의 투자자 회의에서 “향후 1년 동안 판매할 수 있는 블랙웰 GPU를 모두 팔았다”고 설명했을 정도다.

공급 부족으로 치솟고 있는 칩 가격과 함께 전력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인 ‘H100’은 소비전력이 700와트(W)가 넘는다. 손바닥보다 작은 칩이 전자레인지와 맞먹는 소비전력을 가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는 한 공간 안에 수십만 개의 AI 칩이 동시에 동작하면서 천문학적인 전기요금과 냉각장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퓨리오사AI는 LG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볼 수 있다. LG AI 연구원은 ‘엑사원 3.0’이라는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내놓으며 AI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전작인 ‘엑사원 2.0’이 나온 지 1년 만에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성능을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LG AI 연구원 역시 엔비디아 GPU 위주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오면서 ‘AI 칩 다변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LG와 퓨리오사AI의 협력은 이러한 맥락에서 출발했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설립된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신생 회사인 퓨리오사 역시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력 사례를 축적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번에 LG AI 연구원에 공급된 2세대 AI칩 레니게이드(RNGD)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깨겠다는 포부로 퓨리오사AI가 8월에 처음 선보인 칩이다. 퓨리오사AI는 RNGD의 최대 장점을 전력효율로 꼽는다. 이 제품에는 엔비디아 GPU와 달리 사람의 신경망을 모방한 NPU 방식을 적용했다. 엔비디아의 범용 GPU인 L40S와 연산 성능은 비슷하지만 전력은 42%나 적은 185W만 소비한다.

양 사의 시너지는 지금까지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LG AI 연구원은 인텔 AI 칩인 가우디도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퓨리오사AI가 LG AI 연구원의 요구 사항을 빠르게 맞췄고 LG 역시 RNGD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제품을 평가하기 위한 설비를 일찌감치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의 AI 칩 공급망 다변화는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에도 생기를 넣을 만한 기회로 꼽힌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AI 반도체 사업에서 발을 빼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AI 칩 업계의 분위기는 침체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AI 반도체인 ‘마하’ 공동 개발을 추진했지만 최근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한화는 2022년 출범한 AI 반도체 설계 회사인 ‘뉴블라’를 폐업했다. 일각에서는 AI 피크론 등으로 산업 분위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결정이 국내 AI 반도체 회사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설계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 AI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신생 반도체 회사들이 투자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라며 “LG와 퓨리오사AI의 협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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