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고통, 내수 부진 심화했을 것"
'금리 더 올렸어야' 한은 실기론 반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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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너무 오래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필요는 없다"며 3년 2개월 만의 정책 전환(피벗) 배경을 밝혔다. '한은 실기론'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박했다.
11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 이하로 떨어진 입장에서 보면 실질금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질금리는 물가 변동에 따른 화폐 가치 변화를 고려한 금리로, 단순하게는 기준금리에 물가 상승률을 뺀 개념으로 이해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1.6%로 낮아진 만큼 연 3.5%의 기준금리를 고수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하더라도 잠재성장률(2%)보다 낮고, 경제성장률(2.4% 전망) 자체도 크게 높지 않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도 여전한 금리 고려 요소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8월 금융 불균형(과도한 부채)에 대해 우려하며, 기준금리를 역대 최장기간(1년 9개월) 동결했다. 이 총재는 "내수와 수출, 그리고 금융 안정 사이의 상충 관계는 과거 정책 기조 전환기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고민스러운 정책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더 올려 가계부채 폭증을 차단해야 했다'는 한은 실기론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물가 상승률 2%를 달성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외환시장 불안도 큰 문제없이 관리했다"며 "한은 직원들이 예측을 잘해줬고, 지난 2년간의 정책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받길 원한다"고 밝혔다. "금리를 더 크게 인상했다면 자영업자의 고통과 내수 부진이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는 말도 더했다.
반대로 '8월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또 다른 실기론에 대해서는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기관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음에도 가계부채가 10조 원 가까이 늘어났는데 예상했나'고 물어봐 달라"고 대응했다. 8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3년 만에 가장 많은 9조8,000억 원 증가한 만큼, 금융 안정을 우선 고려하는 게 맞았다는 확신을 표현한 말이다. 그러면서 "8월 동결에 대해서는 1년 뒤 경기 및 금융 안정 상황을 보고 평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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