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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부친 한승원 "어젯밤 세상 발칵 뒤집혀…실감 안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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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기대 안 해… 느닷없이 연락 와"
"딸, 나 뛰어넘어… 버릴 것 하나 없어"
한국일보

2023년 11월 9일 한강 작가가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수상한 후 사진 촬영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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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딸의 수상에 대해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사고를 잘 낸다"며 뜻밖의 수상이라고 밝혔다. 한승원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포구', '불의 딸'을 쓴 것으로 유명한 원로 작가다.

한 작가는 11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잊고 있었는데, (노벨상 수상) 소식 듣고 당황했다"며 "기대하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이) 안 되면 (한강이)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몇 년 뒤에 탔으면, 우리가 살아있을 때 탔으면 더 좋겠다고 그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심사위원들이) 뜻밖의 인물을 찾아내서 상을 준 경우들이 많이 있었다"며 "딸이 탈지도 모른다고 만에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도 전혀 기대 안 했는데, 느닷없이 어젯밤에 한참 뒤에 (딸과) 소통이 돼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고 수상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강 작가는 전날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인 저녁 8시(한국시간) 직전인 오후 7시 50분쯤 스웨덴 측으로부터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한승원 작가는 "그 사람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다. (한강이) 기쁨을 엄마, 아빠한테도 말할 기회가 없이 전화를 받았나 보더라"라고 말했다.

한 작가는 "딸이 나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드냐"는 진행자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나는) 학교 선생을 그만두고 직업 없이 소설을 쓰면서 써서는 안 되는 대중적인 소설을 많이 써서 밥벌이에 이용한 것"이라며 "순수 소설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김동리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순수 소설이 어떤 것인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소설을 쓰려고 애를 썼는데, 제가 보면 어설퍼서 버리고 싶은, 내세우고 싶지 않은 저술들이 더러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와 강이 소설을 비춰 보면 강이 소설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며 "하나하나가 다 명작인데, 고슴도치도 내 새끼가 예뻐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다. 소설은 냉정하게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한국어로는 비극이지만 그 비극을 정서적으로, 서정적으로 아주 그윽하고 아름답고 슬프게 표현했다"며 "'채식주의자'에서부터 (한강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가라고 이야기가 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 "그다음에 '소년이 온다'가 나왔고 그다음에 '작별하지 않는다'(가 나왔는데) 광주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과 연결되면서 국가 폭력, 세상으로부터 트라우마를 느끼는 것에 여린 인간들에 대한 사랑이 끈끈하게 묻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을 심사위원들이 포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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