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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최윤범의 ‘반격’…영풍정밀·자사주 공개매수가 전격 인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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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89만원·영풍정밀 3만5000원

MBK 연합은 83만원·3만원으로 유지

최윤범 가격 유리…14일 MBK 마감

막판까지 수싸움…가처분 판결 변수

[이데일리 김은경 하지나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자사주와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 승부수를 던졌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영풍 연합보다 가격을 더 높게 불러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고려아연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7.2% 인상했다.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5.5%(320만9009주)에서 약 17.5%(362만3075주)로 확대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기존 약 2조6635억원에서 3조2245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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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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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도 상향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5000원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매수 예정 수량은 25%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로써 기존 1181억원이었던 총 투입 금액은 1378억원으로 늘어났다. 공개매수사무취급자의 경우 기존 하나증권에 이어 KB증권을 추가했다.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이 가능한 KB증권을 추가하면서 주주들의 편의성을 개선했다.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에는 TKG태광이라는 우군이 깜짝 등판했다. 제리코파트너스가 이날 제출한 영풍정밀 공개매수 정정신고서에 따르면 TKG태광으로부터 200억원을 차입하는 대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리코파트너스가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면서 차입금이 881억원에서 1078억원으로 늘었는데 하나증권으로부터 기존 881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차입금이 증가했고, TKG태광의 차입금 78억원이 추가됐다. TKG태광으로부터 대출 계약을 맺은 전체 200억원 중 일부만 이번에 사용됐다.

TKG태광은 나이키 운동화 OEM 및 ODM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다. TKG태광은 지난 2020년 별세한 박연차 회장을 이어 1983년생인 박주환 TKG태광 회장이 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재계에선 최 회장과 박 회장 역시 70~80년대생의 젊은 오너로써 평소 교류하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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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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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MBK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최윤범 회장은 이번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가격 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다.

MBK·영풍 연합은 지난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대해 경고하면서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자 다음 날 고려아연 83만원, 영풍정밀 3만원으로 설정한 매수 가격을 더 이상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최윤범 회장이 반격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오는 14일 마감되는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결과로 쏠리고 있다. MBK 연합의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모두 14일 종료되지만 최윤범 회장 측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21일, 고려아연은 23일로 더 늦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는 사법 리스크와 금융당국의 개입이 될 전망이다. 현재 MBK 측이 신청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에서 법원이 MBK 측 손을 들어줄 경우 14일 MBK 측 공개 매수가 실패로 끝이 나더라도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결정은 18일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가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상대측 공개매수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될 경우 누구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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