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단독]성범죄자 신상공개·사형제·존엄사 등 위헌 심판, 18일 전면 중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2024 국정감사]18일부터 중단될 헌재 주요 사건 40건 분석…"국회, 헌법재판관 후임 조속한 선출 나서야"

머니투데이

다음 달까지 헌법재판관 4명의 임기가 잇달아 만료돼 '10월 헌재 공백'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이은애 재판관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17일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한 번에 끝난다.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는 18일부터 헌법재판관 3명 공석으로 헌법재판소의 기능 마비 사태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사건 심리도 '올스톱'될 전망이다. 여기엔 성범죄자 신상공개 등에 대한 위헌 심판 사건도 포함된다.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재판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심리가 중단되는 주요 사건은 탄핵 심판사건 2건뿐 아니라 위헌법률 심판사건 3건, 권한쟁의 심판사건 9건, 권리구제형 헌법소원 심판사건 21건, 규범통제형 헌법소원 심판사건 5건 등 40건에 이른다.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오는 17일 끝나면 헌법재판관은 6명만 남는다. 헌재법에 따라 헌재가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선고는커녕 변론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관례상 국회 몫 재판관 3명 중 2명은 여야가 1명씩,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선출했다.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하자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대로 민주당이 2명(기존 바른미래당 몫까지)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헌재가 마비되면 민주당 주도 탄핵 의결로 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검사장 등 2건의 탄핵 심판 심리가 중단되고, 직무정지 상태가 이어지게 된다. 여권에서는 야당이 헌재 기능을 정지시켜 탄핵소추 대상자들의 직무정지 기간을 계속 늘리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 몫인 차기 헌법재판관 3명의 선출 절차가 여야 공방으로 멈추면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의 헌법재판까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먼저 '단체대화방 동영상 검열 위헌확인 사건' 심리가 중단된다. 2021년 12월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 이후 네이버, 다음, 카카오톡 등 포털과 SNS(소셜미디어),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이용자가 게시 또는 주고받는 동영상을 당국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불법촬영물 정보와 대조(필터링)해 적발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머니투데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29. /사진=뉴시스 /사진=최동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헌재의 '성폭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관련 위헌제청 사건' 심리도 중단되게 된다. 헌재가 신상공개 제도에 대한 첫 정식 판단을 내놓게 되는 것으로, 이번 결정에 따라 신상공개 범죄자 범위를 테러·마약·아동 대상 성범죄·재판 중인 피고인으로까지 확대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형사소송법상 '고발인 이의신청 불가' 조항의 위헌확인 심판도 중단된다.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1항을 개정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조력존엄사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사건' 심리도 중단된다. 척수염 환자로 하반신이 마비돼 극심한 통증에 고통받는 이명식씨와 그의 딸이 지난해 12월 제기한 이번 헌법소원 청구는 국회가 존엄사 관련 법안을 마련하지 않아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것이다. 2017년과 2018년 존엄사 헌법소원은 각하됐던 것과 달리 정식 심판이 결정돼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다.

존속살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B씨가 낸 '사형제 폐지 관련 위헌소원 사건' 심리도 중단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이후 27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돼,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헌재가 사형제가 위헌임을 선언해야 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위헌소원 사건'도 심리가 중단된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부모'의 신상을 공개했다가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형을 받은 구본창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가 낸 위헌소송이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항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1항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는 행위까지 처벌해 피해 구제 가능성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관련 정보 등록·관리 관련 위헌제청 사건'의 심리도 중단되게 된다. A씨는 검찰로부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뒤에도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상 아동학대행위자 등록이 말소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에 입력된 정보의 삭제, 말소 등에 관한 규정이 없어서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은 아동복지법 제28조의2 제2항 등이 헌법에 위반돼 A씨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밖에 '중대재해처벌법 사업주 처벌 위헌확인' 사건 등 사회적·법률적으로 의미가 작지 않은 헌재의 심리가 올스톱될 전망이다. 국회가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의 기능 마비를 막기 위해 헌법재판관 후임 선출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