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인터뷰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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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강(53)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2014)'와 '작별하지 않는다(2021)'처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다루었다. 두 소설은 모두 각각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건을 소재로 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많았는데, 유독 한강의 작품이 세계 문학계에서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학평론가인 우찬제 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10일 "과거 역사를 소재로 한 한국 문학은 고통스러웠던 상처를 이야기하는 데 집중했다면,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되 그 속에서 개인이란 얼마나 부서지고 상처받기 쉬운 작은 존재인가에 렌즈를 갖다 대다 보니 독자들의 공감 폭이 넓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1970년 광주 태생인 한강은 서울로 이사한 뒤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이 보여준 사진첩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2016년 2월 한 문학 행사에서 밝힌 적이 있다. 광주민주화 운동에서 학살된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이었다. 당시의 충격과 경험이 그로 하여금 현대사의 상처를 끈질기게 마주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한없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상처를 이야기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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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교수는 "황석영 등의 작가들을 통해 한국에 6·25 전쟁, 남북 분단, 군부의 민주화운동 탄압 등 역사적 상처가 있다는 것은 외국 독자들도 많이 알게 됐다"며 "한강은 21세기의 젊은 독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도록 시적인 문체와 감각적인 솜씨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작가들이 문학보다는 '역사'에 더 무게를 실었다면, 이제는 역사의 상처를 다루는 한강의 문학성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한강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되, 큰 목소리로 분노하거나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한없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그들의 상처를 이야기한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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