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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국힘 예전만큼 못하지만 이길 것”…“민주당 승리해야 정국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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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9일 부산 금정구에 붙은 선거 벽보.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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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여당 인기는 ‘바닥’이었어도 ‘어느 당 후보가 될 것 같으냐’는 물음엔 대체로 “국민의힘”이란 답이 돌아왔다. ‘낙승’을 점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열에 일곱, “(국민의힘이) 이겨도 힘겹게 이길 것”이라고 했다.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엿새 앞둔 10일, 금정구 부곡시장에서 만난 ㄱ씨가 말했다. “여는 마 똥개가 빨간 옷 입고 돌아댕기도 당선될 낌니더. 원래 터가 빨그타 아임니꺼.” 40년을 부곡동에서 살았다는 그는 “짜달시리(딱히) 누굴 뽑을지는 안 정했다”면서도 ‘국민의힘 승리’를 예측하는 데는 주저함이 없었다. 40년 넘게 서동미로시장에서 세탁소를 해온 이아무개(70)씨 생각도 비슷했다. “와요? 국힘당이 질 거 같어예? 함 보소. 예전맹쿠루 쉽게는 몬 이기겠지만서두, 우야튼 거가 이깁니더.”



실제 금정구는 부산에서도 보수세가 특히 강한 곳이다. ‘박근혜 탄핵’의 여진 속에 치른 2018년 지방선거 때를 제외하면 모두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서울로 치면 서초갑 정도의 보수 성향을 띤다”고 했다. 이곳은 김진재 전 한나라당 의원과 아들 김세연 전 새누리당 의원 부자가 합쳐서 7선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취재하는 동안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시민은 만나기 어려웠다. 서동미로시장에서 만난 곽아무개(60)씨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다가 민망해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자존심 때문에 말은 안 해도 (보수 지지를 철회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서아무개(77)씨는 “대선에서 윤석열을 뽑았는데, 잘한 선택이라고 못 하겠다. 이번엔 누굴 뽑을지 망설여진다”고 하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생각을 묻자 표정이 확 바뀌었다. “영부인이믄 나라의 어머니 아닌교? 깨끗하게 살아야지 와 그라는지 모르겠어예.”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이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간호조무사 문아무개(43·장전동)씨는 “남편이랑 민주당을 찍을 거다. 민주당이 승리해야 답답한 정국이 달라지지 않겠냐”고 했다. 자신을 ‘부산대 운동권 출신’이라 소개한 택시기사 박아무개(61)씨도 “더 나쁜 놈이랑 덜 나쁜 놈 중 후자를 뽑는 게 선거다. 그래서 민주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이 싫어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이도 있었다. 장전동에 사는 전아무개(43)씨는 “김건희 여사가 벌받아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이재명이 처벌받지 않는 것은 더 싫다”고 했다. 구청장을 뽑는 선거라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었다. 장전동에 사는 취업준비생 전아무개(27)씨는 “대선 때는 투표를 했지만, 이번엔 안 할 생각이다.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 주변 친구들도 취업 준비하느라 선거 같은 데는 관심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이곳 선거에 쏟는 에너지는 ‘상상 이상’이다. 대표적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장동혁 의원은 9일 윤일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재보선 전체의 승패가 금정구청장 선거에 달려 있다”며 “금정구청장을 잃으면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 2028년 총선까지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역에서 만난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번 선거 결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한동훈 대표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부산의 한 재선 의원은 “한 대표가 다른 재보선 지역보다 이곳에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만에 하나 패배하더라도 ‘외부 이슈’에 따른 것이라 한 대표에게 큰 피해가 갈까 싶지만, 좋은 영향은 안 갈 것”이라고 했다.



명태균씨 이슈도 국민의힘을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중앙정치의 영향을 바로 받는 곳이라 선거일까지 판세가 얼마나 흔들릴지 모른다. (명태균 이슈 같은) 악재가 더 터지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해볼 만한 싸움’으로 보고 있다. ‘김건희 이슈’가 불 지핀 심판 정서에 후보 단일화에 따른 ‘컨벤션 효과’도 기대한다. 뉴스피릿·에브리뉴스 공동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에브리리서치가 지역 유권자 500명을 상대로 지난 6~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김경지 민주당 후보(45.8%)와 윤일현 후보(42.3%)가 오차범위 안에서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다. 민주당으로선 고무적인 결과다.



민주당은 투표율에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은 “국민의힘 한 대표에 대해선 ‘키워줬더니 배신한다’며 떨떠름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반면 우리 지지자들 중에는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의심하다가 단일화로 투표장 나올 명분을 찾은 이들이 상당하다”며 “우리가 금정 선거에 희망을 거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산/전광준 기자, 고한솔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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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 금정구에 걸린 김경지 민주당 후보 선거 펼침막.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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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 금정구에 걸린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 선거 펼침막.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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