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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 (화)

[초고령사회, 일본에 길을 묻다] ⑤ 네온 사인 없는 일본…‘야간 경제’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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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같이 잠드나…“밤에 문 연 곳 없다”
야간 광량 줄고 밤 거리 유동인구 사라져
“밤 경제 젊은층 타깃… 콘텐츠 다양화 필요”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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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다카히로 씨는 7월 중순부터 매일 밤 사무실 인근인 도쿄 신주쿠 거리를 산책했지만 밤에는 놀 곳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밤의 거리가 폐허가 됐다”며 “번화가에서도 밤 9시에는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다.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면 밤에는 대형 멀티숍 돈키호테 말고는 딱히 놀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유력 경제잡지 겐다이비즈니스에 따르면 일본 소매점은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데 8~9시만 되면 대개 문을 닫는다. 음식점도 대부분 밤 10시가 되면 폐점하는 경우가 많다. 온천, 사우나, 볼링, 당구, 다트 등을 즐기려면 차를 타고 신주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일본의 야간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야간 경제란 대략 일몰 시각인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의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음식, 숙박, 교통, 체험을 즐기는 소비 등 범위가 광범위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야간 경제는 연간 약 660억 파운드(약 117조 635억 원) 규모로 영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산업으로 꼽혔다. 중국 상무부는 도시 소비의 약 60%가 야간에 이뤄진다고 집계했다.

일본의 야간 경제 침체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콜로라도광산대학의 데이터 광량 분석 결과를 인용해 2022년 4~10월 도쿄의 야간 광량(밤 밝기)이 2019년 대비 11.6% 줄었다고 전했다. 이는 프랑스 파리가 3.2%, 영국 런던이 1.4% 각각 증가하는 등 주요 선진국 야간 경제가 대유행 이후 빠르게 부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번화가의 침체가 현저했는데 롯폰기, 신주쿠, 긴자 지역의 밤거리 밝기는 모두 15% 이상 감소했다.

밤거리 유동인구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코모인사이트마케팅의 모바일 위치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도쿄 시내 번화가의 유동인구는 2020년 2월보다 20%가량 적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생활 습관의 변화, 야간 대중교통 부족, 연애 문화 쇠퇴, 소셜미디어(SNS) 발달 등이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야간 경제 축소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밤 경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사라져 가고 있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2012년과 2016년 일본 위성을 분석한 결과 일본 열도의 야간 광량은 4년 새 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은 해가 진 뒤 도시 중심지에서 사라진다”며 “도시 중심지의 밤 경제가 주로 젊은 고객층들을 타깃으로 하므로 노년층 소비자가 배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지배하는 도시의 밤거리에서 더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야간 서비스와 여가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밤 경제 콘텐츠 다양화를 위한 노력이 수반되고 있다. 간사이 지역에서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공동으로 개관 시간을 야간까지 연장하는 ‘나이트 뮤지엄’을 시범 시행하고 있다. 항구도시 고베를 상징하는 포트타워도 4월 말 영업을 재개하면서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로 기존 대비 2시간 연장했다.

[이투데이/변효선 기자 (hsb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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