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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소행성 조각에 박테리아 한 스푼… 영양 만점 ‘우주 한 끼’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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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캐나다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소행성 유사 물질서 탄소 추출… 박테리아에게 먹이로 줬더니

밀크셰이크 같은 액체로 변해… 탄수화물 등 필수 영양소 가득

요거트-가루로 가공할 수 있어… 내년엔 석탄-운석으로도 실험

동아일보

장기간 미션을 수행하는 우주인을 위해 우주 공간에서 충분한 식량을 조달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우주 체류 기간이 길고 체류 장소가 지구에서 멀어지면 지구로부터 음식을 조달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근 북미 과학자들이 소행성의 구성물질을 채굴해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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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등 우주 기업들이 민간인 우주여행을 현실화하고 세계 각국이 유인 우주 탐사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주 공간을 비롯해 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인에게는 식량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장기간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충분한 식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인이 먹는 음식은 모두 지구에서 가져간 것이다. 우주 체류 기간이 길고 체류 장소가 지구에서 멀어지면 지구로부터 음식을 조달받기 어려워진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우주인의 식량을 얻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영화 ‘마션’에서처럼 화성 등 지구가 아닌 행성과 유사한 공간에서 식물을 재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시기상조다.

이런 상황에서 북미 과학자들은 소행성의 구성물질을 이용해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미시간공대, 캐나다 웨스턴대 공동 연구팀은 3일(현지 시간) 소행성에 있는 탄소 유기물을 분해해 식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국제학술지 ‘국제천체생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폐플라스틱을 박테리아와 반응시켜 만든 부산물로 닭가슴살이나 스테이크 원료를 만드는 미국 스타트업 ‘비헥스’의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헥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이다.

연구팀은 폐플라스틱 대신 다른 물질을 이용해 식량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소행성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조슈아 피어스 웨스턴대 연구원은 “미생물의 관점으로 봤을 때 플라스틱과 운석은 미생물이 좋아하는 탄소로 대부분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같은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소행성을 이루는 탄소 유기물을 열분해하면 덩어리, 가스, 기름 등 부산물이 생긴다. 열분해는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열을 가해 물질을 분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테리아를 투입해 부산물을 먹게 한다. 집단으로 부산물을 먹은 박테리아는 밀크셰이크 같은 끈적이는 액체 형태로 변하는데 이를 우주인의 식량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소행성의 탄소 유기물과 구성 성분이 비슷한 물질 ‘케로겐’을 이용해 실험했다. 열분해된 케로겐을 박테리아가 먹게 해 액체를 만들었다. 액체를 분석한 결과 열량은 100g당 442Cal였으며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영양분이 풍부했다. 또 액체는 건조시켜 요거트나 심지어 가루와 같은 음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연구팀은 향후 케로겐 대신 내년에 석탄을 이용해 같은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이용해 실험하며 실제 우주에서 쓰일 수 있을지도 분석한다. 연구팀은 “질량이 약 8850만 t에 달하는 소행성 ‘베누’를 전부 분해하면 한 명의 우주인이 최소 약 600년∼최대 1만7000년 동안 살 수 있는 식량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소행성을 분해한 부산물을 먹는 박테리아가 독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소행성 채굴 능력과 필요한 박테리아를 마음껏 조달할 수 있는 박테리아 공장도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소행성에 박테리아가 좋아하는 탄소유기물이 들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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