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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계열사 임원 인사권 내려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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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친·인척 부당 대출 등 대응 ‘자체 개혁안’ 내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회장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임원 친·인척의 계열사 금융 거래를 상시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지배 구조와 내부 통제 제도를 대폭 수술하기로 했다. 전임 손태승 회장 친·인척에 대한 수백억 원 부당 대출이 발생한 근본적 원인이 결국 금융그룹 회장이 갖고 있는 과도한 권한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임 회장은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한 사전 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 통제 미흡, 잘못된 기업 문화가 (부당 대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기도 한 회장의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대부분 금융지주회사는 ‘지주회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 경영진을 선임한다’는 식의 규정을 정관에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장이 자회사 대표이사뿐 아니라 임원에 대한 인사권까지 사실상 행사해 왔는데, 우리금융이 이런 구조를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금융 개혁안은 금감원이 부당 대출 관련 정기 검사에 착수하자 내놓은 자구책인 측면도 있지만, 금융권은 이 같은 움직임이 다른 금융지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계열사 임원 임명권 내놓아”

이날 여야 의원들은 2015년 3월부터 2년 5개월 동안 금융 당국 수장인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 회장에게 “사퇴할 생각이 없냐”고 몰아붙였다. 임 회장은 “기업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고, 경영진의 각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 중 국감대에 선 것은 임 회장이 처음이다.

이날 금융지주 회장의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 축소와 함께 임 회장이 밝힌 우리금융의 자체 개혁안은 크게 계열사 임원 친·인척의 금융 거래 감시, 우리금융그룹 관련 풍문의 객관적 검증이다.

우리금융은 계열사 14곳 임원의 친·인척들이 우리금융 계열사와 금융 거래를 할 경우 자동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임원의 범위는 상무이사 이상이며 친·인척의 범위는 임원과 그 배우자,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다. 한 우리금융 관계자는 “모니터링 대상이 되는 임원의 수는 190명 정도”라며 “임원들이 각자 친·인척들에게 개인 정보 제공 동의 서명 등을 받아야 하지만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했다.

계열사의 내부자 신고 제도 등을 관할하는 윤리경영실 신설도 추진한다. 외부 전문가를 실장으로 영입하고, 독자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윤리경영실에서는 계열사에서 발생한 비위 사실이 담긴 풍문의 진위 여부도 조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 대출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투서가 제기되거나 시중에 소문이 돌았는데, 정작 경영진은 이를 한참 뒤에야 인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비위 관련 풍문들을 직접 검증하는 조직을 만들어 경영진에 검증 내용을 신속히 보고하고 대처하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올 들어서도 전임 회장 측 부당 대출

우리금융이 지배 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것은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때문이다. 손 전 회장의 처남 등이 우리은행 특정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지난 8월이다. 2020년 4월부터 35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내 줬다는 것이다. 대출 시기가 손 전 회장 임기(2018~2023년)와 겹친다.

우리은행 여신 감리 부서가 이 사실을 인지해 은행 경영진에게 보고한 것은 작년 9~10월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올해 1월에야 자체 감사에 들어갔고, 4월에 대출 관련 본부장을 면직 처리한 뒤, 금감원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금감원이 5월 제보를 받아 은행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자 자체 감사 결과를 당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늑장 대처를 하는 동안 우리금융의 다른 계열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 1월 손 전 회장 처남댁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신용 대출 7억원을 내줬다. 만약 우리은행이 전임 회장 부당 대출에 적극 대처했다면 이 같은 계열사 대출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금융 당국은 보고 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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