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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사설]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한국 문학의 경이로운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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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가 한강이 2005년 1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상문학상 시상식에서 아버지인 소설가 한승원과 함께하고 있다.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등을 쓴 한승원 작가는 딸의 수상에 앞서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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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동안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지만,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문학상을 받지 못해 서운했던 게 사실이다. 오늘만은 마음껏 기뻐해도 된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저녁 8시(한국시각)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던 ‘채식주의자’부터, 5·18 광주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 ‘소년이 온다’까지 한 작가가 파고들었던 문학의 본질에 합당한 심사평이다.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아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소년이 온다’의 이 문장처럼, 여전히 5·18을 헐뜯고 비난하는 세력이 건재한 현실에서 광주는 다시 태어나 살해된다.



한 작가는 한국의 현대사가 펼쳐놓은 폭력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미려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승화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부 문화계 탄압의 상징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2016년 부커상 시상식에서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고 한 수상 소감이 블랙리스트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일회적 영광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우리의 문화적 역량이 더욱 고양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나를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끌고 가기를 바랍니다.”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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