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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안전진단 통과한 명수대현대·한강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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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하임 안 부러운 흑석동 재건축


매경이코노미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을 확정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현대’ ‘명수대현대’ 아파트. 뒤편에 이웃 신축 단지인 ‘아크로리버하임’이 보인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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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저층 노후 주택가 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대표 뉴타운 사업지다. 한강변에 들어선 ‘아크로리버하임’을 필두로 고층 신축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과거의 노후 이미지가 180도 바뀌었다. 다만 워낙 ‘재개발’이 주류였던 탓에 과거 흑석동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흑석동 한강변 아파트 단지인 ‘명수대현대’와 ‘한강현대’가 나란히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흑석동 일대 재건축 사업이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모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명수대현대와 한강현대는 지난 9월 동작구청으로부터 재건축 판정을 위한 정밀안전진단에서 각각 E등급을 받아 재건축을 확정했다. 정밀안전진단이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절차로, D등급이나 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 D등급은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통과해야 하는 ‘조건부’지만 E등급을 받으면 바로 재건축이 확정된다.

한강현대는 13개동, 960가구 규모 노후 단지다. 1988년 9월에 준공돼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훌쩍 넘겼다. 지난해 9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불과 9개월 만인 올 6월 동작구청에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고, 최근 재건축 확정 판정을 받았다. 한강현대 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는 “앞으로 정비계획 수립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면서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을 추진할지 논의하기 위해 오는 11월 주민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전했다.

8개동 총 660가구 규모의 명수대현대도 1988년 8월 준공된 노후 단지다. 지난해 9월 한강현대와 같은 시기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부지런히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아온 결과 12개월 만에 재건축을 확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단지 역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사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조합 설립 등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에 명수대현대와 한강현대가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건 상당한 호재로 여겨진다. 시기만 미룬 것이지 재건축진단(안전진단의 새 명칭)은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는 어차피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라서다. 정권이나 시장 분위기에 따라 정비사업 관련 정책이 널뛰어온 만큼 일단 어떤 절차든 매듭지어놓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명수대현대, 한강현대 시세는 재건축 확정 기대가 커진 지난여름부터 부쩍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명수대현대 전용 84㎡는 지난 8월 23일 17억8000만원(11층)에 실거래됐다. 2021년 한때 16억4000만원(3층)에도 거래됐지만 지난해 초에는 13억원대(직거래 제외)까지도 급락했던 아파트다. 지난해 3월 14억2000만원에 팔린 이후에는 거래가 뚝 끊겼는데 1년 5개월여 만에 3억6000만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썼다. 한강현대 전용 115㎡는 지난 8월 31일 23억2500만원(6층)에 팔려 직전 최고가(21억원, 2022년 2월) 기록을 깼다. 흑석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115㎡ 매물은 최근 25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며 “수리가 잘된 로열동·층 매물은 26억원에도 호가가 형성돼 있다”고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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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두 단지

강남 옆 한강변의 평지 아파트

이번에 재건축을 확정한 두 단지는 공통점이자 장점이 꽤 많다.

우선 강동구와 함께 ‘강남 4구’ 지위를 다투는 동작구에서도 한강변 아파트라는 점이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동쪽으로는 반포동, 서쪽으로는 노량진, 여의도로 이동하기 편리하다. 한강대교를 건너면 용산 업무지구와 서울역 업무지구로, 동작대교를 건너면 이촌동으로 바로 연결된다.

두 단지 모두 한강변에 밀착한 입지인데 굳이 역까지의 거리로 따지면 명수대현대가 9호선 흑석역 초역세권이다. 그렇다고 한강현대 입지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한강현대는 흑석역까지 조금 더 멀지만 도보로 이용 가능한 거리고 4·9호선 환승역인 동작역도 걸어서 이용할 만하다. 명수대현대와 한강현대는 경사가 들쭉날쭉한 여느 재개발 구역과 달리 평지에 위치해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흑석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명수대현대의 경우 대장 단지인 아크로리버하임과 부지 크기는 비슷하면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입지라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기존 용적률이 200%를 훌쩍 넘는다는 단점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용적률이 200% 미만은 돼야 사업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고 본다. 명수대현대와 한강현대 용적률은 현재 각각 247%, 237%다. 두 단지 모두 제3종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해 이미 최대 용적률(250%, 법정 상한은 300%)을 거의 채운 상태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용적률 추가 확보가 어렵다. 그나마 명수대현대의 경우 역세권 정비사업을 통해 법적 상한의 1.2배(360%)까지 가능하지만 이 역시 조합원 분담금이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수준은 아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업성을 좌우할 최대 요인은 용적률 인센티브가 될 전망이다. 두 단지 모두 최근 정부가 발표한 8·8 대책에서 정비사업 최대 용적률을 추가적으로 허용하는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에 따르면 일반 정비사업은 법정 상한의 1.1배까지 추가로 용적률이 허용된다. 역세권 정비사업의 경우에 법적 상한의 1.3배까지 추가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제3종일반주거지역 기준 일반 정비사업은 300%에서 330%로, 역세권 정비사업의 용적률은 현행 360%에서 390%로 늘어난다. 비역세권인 한강현대는 최대 330%까지, 역세권에 해당하는 명수대현대는 최대 390%까지 용적률 상향이 적용될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현재 660가구 규모인 명수대현대가 역세권 정비사업을 통해 법적 상한의 1.2배 용적률(360%)을 적용받으면 신축할 수 있는 아파트가 960~980가구로 늘어난다. 법적 상한의 1.3배(390%)까지 적용받을 경우에는 1040가구 이상 대단지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용적률 인센티브만 받아도 흑석동 재건축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본다. 지난해 3월 입주한 ‘흑석자이’는 같은 해 6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2가구 청약에 총 93만4728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명수대현대와 한강현대가 흑석자이보다 역세권이고 한강변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일반분양 시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용적률 1.3배 완화에 따른 최대 용적률은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예정이고 그나마도 공원 용지 확보 등 기부채납이 이뤄졌을 경우에 가능하다. 혜택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신속한 사업 추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흑석동은 서초구 반포동과 가까운 것만으로도 장점이 큰 동네”라며 “그중 한강변에 위치한 단지는 일대 대장 단지로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9호 (2024.10.09~2024.10.1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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