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장관’에 2억 뇌물 약속한 감리업체 임원도 재판 넘겨
검찰은 이와 별개로 외국 장관에게 고속도로 건설 감리업체로 선정해달라며 20만달러(한화 2억3500만원 상당)를 제공할 의사를 보이고, 129만원 상당 휴대전화를 실제로 건넨 유명 토목설계‧감리업체 임직원 2명도 같은 날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전경. /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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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 1세대 기업 A사의 창업주 김모(65)씨와 부사장 B(57)씨는 지난 2018년 12월 C국 국유기업에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면서, 재무담당 임원에게 단독 입찰을 대가로 211만달러(한화 23억원 상당) 제공을 약속하고, 그 중 158만불을 실제로 지급한 혐의(국제뇌물방지법위반‧배임증재‧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를 받는다. 김씨 일당은 지난 2019년 3월과 2020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 2022년 7월 실제 수출대금 744만달러에 뇌물 211만달러를 더한 955만달러를 수출가격으로 서울세관에 신고해 관세법을 위반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의 범행은 서울세관이 지난해 10월 A사의 외환검사 도중 수출가격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면서 들통났다. 서울중앙지검은 그해 11월 국제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2월 서울세관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계좌‧이메일 추적 및 임직원 다수를 조사했다고 한다.
한편, 검찰은 외국 장관에게 뇌물을 약속하고, 실제로 휴대전화를 선물한 유명 토목설계‧감리업체 D의 상무 이모(60)씨와 부장 양모(42)씨도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와 양씨는 지난 2019년 5월 인천의 한 음식점에서 E국의 장관을 만나 고속도로 건설 감리업체로 선정해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은 그해 11월 수사첩보를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고, 중앙지검은 4년여 간 첩보를 수집한 뒤 압수 수색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고 한다. A사와 D사는 양벌규정에 따라 각각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국가 신인도(信認度)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국제사회는 수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의 국제뇌물수사 실적과 처벌수위가 모두 낮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 OECD 뇌물방지작업반은 “한국이 국제뇌물방지법의 적용을 보다 확대하고, 법 집행기관의 역량강화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뇌물 사건을 적발하여 수사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국제뇌물 수사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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