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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0 (월)

"테러사건 사망직원 유가족에 평생 벌었을 급여 줬다" 인도 타타그룹 명예회장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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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인도 재벌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86세.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회사 측은 타타 명예회장이 뭄바이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지주회사인 타타 선즈의 나타라잔 찬드라세카란 회장은 "라탄 타타는 진정으로 흔치 않은 리더"라면서 "그가 사랑한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타타 명예회장은 1937년 인도 서부 뭄바이에서 타타그룹 창업자의 증손자로 태어났다.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후 1960년대 초 인도에 돌아와 철강회사 타타스틸 공장에서 운영관리 업무를 시작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1991년 삼촌의 뒤를 이어 타타그룹 지주회사인 타타 선즈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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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인도 재벌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009년 3월 23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소형카 타타 나노 출시 행사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연설하는 라탄 타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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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년 역사의 타타그룹은 소금 광산부터 항공·소프트웨어(SW)까지 여러 분야의 회사 100곳을 거느리고 있다. 직원 66만 명에 연 매출은 1000억 달러(약 135조원) 이상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라탄 타타를 '거물(titan)'이라 칭하며 그가 그룹을 글로벌 강자로 탈바꿈시켰다고 평했다.

타타는 재임 기간 여러 대형 인수·합병(M&A) 건을 성사시켰다. 2004년엔 한국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타타대우상용차로 상호를 바꾸기도 했다. 2008년 영국 고급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인수했다.

타타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뒤 2012년 퇴임했다.



160만 원짜리 '나노' 자동차 내놓기도



그는 항공과 자동차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BBC에 따르면 대학 시절 그는 헬리콥터·항공기 조종도 배웠다. 대학 때 헬리콥터를 조종하다가 엔진을 하나 잃고 추락할 뻔한 적도 있다. 인도에 돌아와선 회사의 비즈니스 제트기를 직접 몰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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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타타가 뉴델리에서 열린 제9회 자동차 엑스포에서 회사의 신형 '나노' 자동차 출시쇼에서 하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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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안전하고 저렴한 자동차를 보급하는 게 그의 꿈이었다. 2009년 그는 기본 가격이 10만 루피(약 160만원)에 불과한 소형차 '나노'를 내놓았다. 나노는 초기엔 인기가 높았지만, 생산 및 마케팅 문제 탓에 경쟁업체에 밀렸다. 타타는 훗날 "나노를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로 브랜드화한 것은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실패한 '나노'를 사랑했다. 2022년 나노를 타고 여행하는 라탄 타타의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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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타타가 2008년 3월 4일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열린 제78회 제네바 자동차쇼 첫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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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테러사건 사망 직원 유가족에 평생 벌었을 급여 줘"



라탄 타타의 리더십 아래서 타타그룹은 돈 버는 기업 그 이상이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타타 그룹을 다룬 책『타타 이야기』의 저자인 피터 케이시는 BBC에 "타타 그룹의 정신은 자본주의와 선행을 베푸는 활동을 결합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타타의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은 2008년 11월 26일 뭄바이 테러 공격이었다고 BBC는 전했다. 당시 타타그룹이 소유한 호텔인 타지마할 팰리스는 기차역, 병원 등과 함께 공격을 받았던 고급 호텔 두 곳 중 하나였다. 60시간 벌어진 테러 끝에 사망한 166명 중 타타의 호텔 직원이 11명이었다. 타타는 죽거나 다친 직원의 가족을 돌보겠다고 약속했고,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들에게 직원이 살아 있었다면 평생 벌었을 급여를 줬다. 또 그는 호텔을 복구하는 데 21개월간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 이상을 썼다고 BBC가 전했다.

2009년 타타는 한 연설에서 "모든 인도인이 자신이 세운 공로에 따라 빛날 동등한 기회를 갖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에선 모범을 보여야지 부와 명성을 과시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정작 라탄 타타가 가진 그룹의 부는 1%도 되지 않았다. 잡지는 "그룹의 부를 1%도 갖지 않았지만, 타타는 인도에서 가장 강력한 사업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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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6일 폭탄테러 이후 3개월가량 지난 후 활기를 되찾은 뭄바이의 타지마할 호텔.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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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케이시는 라탄 타타를 "겸손하고 내성적이며 수줍음이 많은 남자"라고 평했다. 케이시는 또 "타타는 당당하면서도 침착하고, 엄숙하게 규율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타타는 매일 직접 '해야 할 일' 목록을 손으로 적었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타타는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지만, 나이가 들며 귀가 수압을 견딜 수 없게 돼 다이빙하지 못하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개를 매우 좋아했던 타타는 2021년 인터뷰에서 "반려견에 대한 사랑은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10일 X(옛 트위터)에 "선견지명이 있는 비즈니스 리더이자 인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이 높은 기업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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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한국 대우상용차를 인수한 인도 굴지 재벌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Ratan Naval Tata) 명예회장이 9일 세상을 떠났다고 로이터통신과 교도통신 등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향년 만 86세. 2004년에는 한국의 대우상용차를 인수해 타타대우상용차로 상호를 바꾸기도 했다. 사진은 2004년 대우상용차 인수후 인사말을 하는 라탄 타타 명예회장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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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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