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화학상에 딥마인드 CEO
단백질 분석 AI ‘알파폴드’ 개발
신약 개발 시간 획기적 단축
물리학상 이어 과학계 ‘AI 쇼크’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신약 개발용 인공지능(AI) 개발자들이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기초과학 중심의 노벨위원회가 응용과학인 AI에 손을 들어주며 노벨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내리 석권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 시간)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한 공로로 허사비스 CEO와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베이커 교수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드는,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달성했다”며 “허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은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는 50년 된 문제를 해결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허사비스 CEO가 이끄는 딥마인드 연구진은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해 전 세계에 충격을 준 데 이어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고 다양한 약물과의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 ‘알파폴드’ 시리즈를 개발했다. 알파폴드는 몸속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최적의 약물을 빠르게 찾아준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의 수작업으로 수개월 이상 걸리던 단백질 분석을 며칠 만에 처리한다.
공동 수상한 베이커 교수는 알파폴드의 경쟁 모델로 평가받는 ‘로제타폴드’를 2021년 공개했다. 알파폴드에서 나아가 단백질 구조에 맞는 약물을 직접 설계까지 해주는 AI를 개발해 당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서 ‘최고의 연구 성과’로 선정됐다.
전날 ‘AI 대부’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데 이어 화학상까지 AI 개발자들에게 주어지자 과학계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최근 AI의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한 수상자 선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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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수억년치 단백질 분석…암·유전병 정복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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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 갤럭스의 석차옥 대표(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에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AI 덕분에 점점 풀리고 있다”며 “이번 수상자들은 단백질 구조 문제를 AI를 통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베이커 교수의 제자이자 로제타폴드 공동 연구자인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이 원하는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물질을) 설계하는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며 “이 분야가 언제 빛을 볼까 생각하며 연구해왔는데 예상보다 상당히 일찍 인정받은 것 같아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딥마인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노벨상 선정은 AI와 계산생물학을 비롯해 자연과학 자체의 기념비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커 교수도 “허사비스와 점퍼의 AI 방법론을 단백질 설계에 접목해 힘과 정확성을 크게 키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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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제친 AI알파·로제타폴드
알파폴더3에서 생체분자까지 파악
알파폴더3에서 생체분자까지 파악
여기에 지난달 공개된 알파프로티오는 특정 단백질을 여러 후보 약물들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을 넘어 아예 단백질 구조에 적합한 약물의 구조를 설계하는 모델로 한층 진보된 성능을 보여줬다. 박태용 갤럭스 부사장은 “알파폴드도 선구적이었는데 알파프로티오가 나오면서 하늘과 땅 차이의 발전을 보인 것”이라며 “신약 발굴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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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폴드의 가파른 진화 배경에는 베이커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강력한 라이벌 로제타폴드가 있다. 로제타폴드는 2021년 사이언스의 ‘최고의 연구 성과’로 선정된 데 이어 알파폴드3에 앞서 올해 초 DNA·RNA까지 분석하는 ‘로제타폴드 올아톰’을 공개했다. 2022년 공개한 단백질 설계 AI ‘로제타폴드 디퓨전’ 역시 알파프로티오보다 한발 빨랐다.
두 모델의 등장을 계기로 AI 신약 개발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렸다. 엔비디아는 기업용 AI 신약 개발 플랫폼 ‘바이오니모’를 통해 저분자 설계를 포함해 단백질 구조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픈소스(개방형) 모델 ‘에보디프’ 역시 일부 단백질 설계를 지원한다.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노바티스는 연초 허사비스 CEO가 이끄는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픽랩스와 최대 17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 12억 달러(약 1조 6000억 원) 규모의 약물 개발 협력 계약을 맺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 3000억 원에서 2030년 28조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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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난제 해결사 AI, 노벨상 직접 수상하는 날 오나
노벨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인공지능(AI) 분야 연구자가 내리 수상자로 선정되자 궁극에는 AI가 인류를 뛰어넘어 노벨상을 직접 받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9일(현지 시간) 발표한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은 구글 딥마인드의 AI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였다. 전날 노벨물리학상에도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이 가능하도록 초석을 쌓은 존 홉필드 교수와 제프리 힌턴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AI보다는 AI를 개발하고 설계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시대다.
노벨위원회 규정상으로도 생존 인물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람이 아닌 AI는 현재 후보 대상도 될 수 없다. 생전에 다섯 차례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1948년 수상이 유력했지만 수상자 선정 이틀 전 사망하자 그해 노벨위원회는 평화상 수상자를 뽑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즉 사람이더라도 생존해야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AI가 직접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시대는 요원하다는 의견이 그간 지배적이었으나 올해 노벨상 결과를 계기로 머지않아 관행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초과학 성과에 무게를 두고 수상자를 선정했던 노벨위원회가 응용과학인 AI 분야의 연구자를 잇따라 선택한 것 자체가 AI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AI는 50년간 해결하지 못한 과학적 난제를 풀 만큼 파괴적”이라며 그 영향을 설명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도 “노벨상은 인류에게 크게 기여한 연구에 주어지는 상인 만큼 산업 기반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면 높은 학문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벨위원회가) AI의 시작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물리학자인 홉필드 교수까지 다다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AI 분야의 노벨상 선정은 이변에 가깝다. 허사비스가 세운 영국 AI 회사 딥마인드(2014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수)의 AI ‘알파폴드’에 대한 성과를 두고서도 과학·공학계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즉 노벨화학상 수상자로는 딥마인드 소속 연구자들이 선정됐지만 실제 수상의 대상이 된 연구 성과는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가 스스로 학습하고 생산한 내용이었다. AI가 수행한 연구 성과로 지난해에는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도 수상했다. 이미 노벨위원회도 AI의 연구 성과를 인정한 마당에 AI가 수행한 성과가 누구에게 귀속될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2021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전망 기사를 통해 2036년 AI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 예상보다 12년이나 빨리 AI의 노벨상 직접 수상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적 난제를 AI가 해결하면서 AI가 직접 노벨상을 수상하는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보수적인 기풍을 지닌 노벨위원회가 최신 유행이라고 할 만한 AI 덕분에 불고 있는 과학계의 변화를 수용한 만큼 앞으로 또 다른 변화의 돌풍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9일(현지 시간) 발표한 노벨화학상의 주인공은 구글 딥마인드의 AI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였다. 전날 노벨물리학상에도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머신러닝이 가능하도록 초석을 쌓은 존 홉필드 교수와 제프리 힌턴 교수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처럼 아직까지는 AI보다는 AI를 개발하고 설계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시대다.
노벨위원회 규정상으로도 생존 인물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람이 아닌 AI는 현재 후보 대상도 될 수 없다. 생전에 다섯 차례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1948년 수상이 유력했지만 수상자 선정 이틀 전 사망하자 그해 노벨위원회는 평화상 수상자를 뽑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즉 사람이더라도 생존해야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AI가 직접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시대는 요원하다는 의견이 그간 지배적이었으나 올해 노벨상 결과를 계기로 머지않아 관행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기초과학 성과에 무게를 두고 수상자를 선정했던 노벨위원회가 응용과학인 AI 분야의 연구자를 잇따라 선택한 것 자체가 AI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AI는 50년간 해결하지 못한 과학적 난제를 풀 만큼 파괴적”이라며 그 영향을 설명했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도 “노벨상은 인류에게 크게 기여한 연구에 주어지는 상인 만큼 산업 기반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한다면 높은 학문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벨위원회가) AI의 시작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물리학자인 홉필드 교수까지 다다를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만큼 AI 분야의 노벨상 선정은 이변에 가깝다. 허사비스가 세운 영국 AI 회사 딥마인드(2014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수)의 AI ‘알파폴드’에 대한 성과를 두고서도 과학·공학계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즉 노벨화학상 수상자로는 딥마인드 소속 연구자들이 선정됐지만 실제 수상의 대상이 된 연구 성과는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가 스스로 학습하고 생산한 내용이었다. AI가 수행한 연구 성과로 지난해에는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도 수상했다. 이미 노벨위원회도 AI의 연구 성과를 인정한 마당에 AI가 수행한 성과가 누구에게 귀속될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2021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미래 전망 기사를 통해 2036년 AI가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 예상보다 12년이나 빨리 AI의 노벨상 직접 수상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적 난제를 AI가 해결하면서 AI가 직접 노벨상을 수상하는 시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보수적인 기풍을 지닌 노벨위원회가 최신 유행이라고 할 만한 AI 덕분에 불고 있는 과학계의 변화를 수용한 만큼 앞으로 또 다른 변화의 돌풍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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