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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단독]식약처 오락가락하는 사이…'유사 니코틴' 유통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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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무니코틴서 메타틴 등 유해물질 검출

미 FDA, 유해성 검토 "니코틴 유사체가 천연 니코틴보다 강력"

식약처 2016년 '제재'→ 지난해 '소극적'→올해 '규제'

민주당 박희승 의원 "관리 곤란해지니 정부가 책임 벗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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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 전자담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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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니코틴을 포함한 액상형 흡입제품이 '무(無) 니코틴' 제품으로 온라인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무니코틴 제품 관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최근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는 등 오락가락한 행보로 관리·감독 공백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흡연 관문' 된 무니코틴 액상…온란인 시장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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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검색창에 '무니코틴 액상담배'를 검색한 결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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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최근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를 검색하다가 수만 개의 판매 광고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담배 형태가 아닌 손목시계나 향수 모양 등으로 둔갑시켜 유통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무니코틴 액상 전자담배 하나를 주문하면 하나 더 얹어주는 '1+1 행사'는 기본이었다. 제품 설명란에는 대부분 니코틴 함량 '제로(0)'라고 표시된 증명서가 게재돼 있었다. 또 정식 담배가 아니다보니 세금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상대적으로 저렴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문제는 무니코틴 제품이 니코틴이 '제로(0)'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일부 무니코틴 액상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메타틴'이라는 유사 니코틴 성분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무니코틴은 엄밀히 말해서 니코틴은 아니지만, 화학구조가 니코틴과 비슷하고 적은 농도로도 니코틴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무니코틴 표방 제품에서 검출된 메타틴도 그중 하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최근 "니코틴 유사체가 천연 니코틴보다 강력해 청소년 뇌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유해성 검토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에게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의 관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상황인 만큼 제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7월 청소년 5천여 명을 대상으로 건강 패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사·무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로 처음 흡연을 시작한 학생의 60% 이상이 현재 일반담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곤란해지니, 정부가 책임 벗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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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포함 부처 합동 발표 자료에 따르면 총 153개의 액상 중 29개(19%)에서 디아세틸(폐 손상 합성향료)이 검출됐다. 식약처 포함 부처 합동 발표 자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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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선 정부가 잠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유사·무니코틴 액상형 담배의 온라인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식약처는 2016년 10월 흡연습관개선보조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고시하면서 무니코틴 액상도 여기에 포함시켜 관리하기로 했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파동 이후 에어로졸 형태로 흡입할 수 있는 액상담배에 대해서도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식약처가 무니코틴 용액에 대해 "성분, 함량, 효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온라인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액상형 담배의 원료인 합성 니코틴 용액은 주로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데, 수입량은 2020년 56t(톤)에서 지난해 200t으로 3.6배로 늘어났다

유사·무니코틴이 온라인상에서 활개를 치자 전자담배협회 등은 지난 3월 식약처에 무니코틴 온라인 판매 가능 여부 등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 달 뒤 식약처는 "특정 물품이 의약외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물품의 성분, 함량, 형상, 명칭, 표시된 사용목적, 효능, 효과, 용법, 용량, 판매할 때의 선전 또는 설명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한다"면서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의약외품 해당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어렵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에 최근 민주당 박희승 의원을 비롯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식약처는 다시 지난 12일 전자담배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물품이 무니코틴을 표방하고, 담배와 유사한 형태로 흡입하는 제품인 경우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제품만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다시 적극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식약처는 오는 12월까지 무니코틴 액상형 흡입제품에서의 메틸니코틴 검출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고, 내년부터는 메틸 니코틴 등 니코틴 유사물질의 분석법, 중독성 등에 대한 연구 용역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희승 의원은 "온라인상에 무니코틴 제품이 범람하고 이에 대해 의약외품으로 일일이 지정·관리하기 곤란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관리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시장의 혼란을 야기했다"며 "유사·무니코틴에 대한 과세는 별론으로 하고, 일단 의약외품으로 분류하고 약사법 내에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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