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 요새화 공사 시작”

‘두 국가’ 발언후 ‘南과 단절’ 선언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군 당국이 지난 6월 18일 밝혔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북한군은 전선지역 일대 불모지 조성 및 지뢰 작업 중 여러 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DMZ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대전차 방벽 추정 구조물 설치 중인 북한군. /합동참모본부

그래픽=김하경

북한군의 9일 남북 ‘영구 봉쇄·차단’ 및 ‘국경선 요새화’ 주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선언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물리적·군사적 조치로 해석된다. 군사분계선 일부분에 이미 설치한 수백m 길이 대전차 방벽을 확장해 방벽화하고 경의선·동해선 도로 및 철로 지대에 부대 및 장비를 추가 배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DMZ(비무장지대) 장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일방적 현상 변경을 기도하는 어떠한 행동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명의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 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했다. 북한은 관련 내용을 정전 상황 관리를 하는 유엔군사령부에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는 실제 북측에서 발생한 폭발음이 청취됐다.

이번 ‘국경선 요새화’는 단절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동시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긴장 고조를 위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그동안 북한이 특별한 발표 없이 진행한 휴전선 일대 장벽화 작업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육상에서는 남북을 잇는 경의선·동해선 도로·철도 단절 작업에 나섰다. 경의선·동해선 도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뢰를 매설하고 있고, 동해선 철로는 지난 5월, 경의선 철로는 지난 7월 철거했다. 특히 지난 4월부터는 DMZ 북측 지역에서 많은 병력을 동원해 최소 5곳에서 대전차 장애물 추정 방벽 설치와 지뢰 매설, 불모지 작업 등을 해왔다.

또 북한은 올 들어 과거에는 사용하지 않던 ‘국경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육상 국경선’(1월)과 ‘연평도·백령도 해상 국경선’(2월)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유령선(線)”이라고 했다.

남북을 연결한 도로·철로 차단은 경의선·동해선 단절로 사실상 끝난 상황이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 요새화·장벽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은 동서로 248km에 달하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북한이 ‘베를린 장벽’과 같이 쭉 연결된 구조물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험준한 계곡 등 지형적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축선 및 평지 일대 요새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전방 지역에 감시초소와 다양한 화기 진지를 구축하고, 방벽 등 장애물도 추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 지역들에 군부대를 주둔시키기 위한 공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대남 단절 노선’이 뚜렷한 상황에서 미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북한이 미국에는 영향이 크지 않고 남측에만 타격을 주는 ‘한미 간 갈라치기 도발’의 수위를 점차 높여갈 수 있다”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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