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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2024 노벨상] 물리 이어 화학상도 AI의 힘 '알파고 아버지' 노벨상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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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노벨 과학상을 인공지능(AI)이 휩쓸었다.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AI 분야 연구자에게 수여된 것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은 인간의 모든 생로병사를 결정하는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고 예측·설계하는 데 기여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이 연구로 생명에 대한 이해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것은 물론,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새로운 단백질의 설계까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24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62)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48),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39)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베이커 교수는 단백질 구조 분석을, 허사비스 CEO와 점퍼 연구원은 단백질 구조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과학 연구에 있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독창적인 화학 도구를 만들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단백질은 모든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생체 분자로, 구조에 따라 다양한 특성과 기능을 갖는다. 단백질 구조를 해독하면 생명과학 연구와 질병의 원인 규명, 신약 개발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실험을 해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려면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이 같은 시간과 노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준 것이 올해 화학상 수상자들의 연구다. 베이커 교수는 30년 가까이 단백질을 연구해온 학자다. 그가 개발한 독창적 AI '로제타폴드'는 몇 분에서 몇 시간 안에 단백질 구조를 해독한다. 기원전 196년에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된 석비인 로제타스톤에서 이름을 따온 로제타폴드는 세 종류의 AI로 구성된다. 세 명이 협업해 조별과제를 하는 식이다. 미지의 단백질이 주어지면 단백질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아미노산 서열을 찾는 AI와 단백질 내부에서 아미노산이 연결되는 형태를 예측하는 AI, 입체 구조를 제시하는 AI가 협력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각 AI가 제시한 결과를 개선하고 정확도를 높인다.

단백질 구조 분석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신약 개발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 치료제나 백신 후보물질 발굴에 쓰이는 등 실제로도 활용되고 있다.

베이커 교수는 수상 직후 소감으로 "매우 흥분되며 영광스럽다"면서 "앞으로 또 다른 팬데믹 바이러스가 등장할 텐데, 이를 퇴치하는 데 활용되는 등 단백질 설계가 세계를 더 이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구조 AI로 한눈에 …'神의 영역' 넘봐

베이커 교수는 한국과도 연이 깊다.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수제자다. 워싱턴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백 교수는 베이커 교수와 함께 로제타폴드를 개발했다. 2021년에는 세계적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꼽은 '최고 혁신적 연구상'을 받기도 했다.

백 교수는 이날 전화 통화에서 "같이 참여한 연구가 노벨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며 "어느 시점에는 꼭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매우 빠르게 상을 받아 더 놀랍다"고 말했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사비스 CEO와 점퍼 수석연구원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AI '알파폴드 '를 개발한 공로로 수상했다. 두 사람은 2018년 첫 번째 버전을 내놓았고, 4년 뒤 '알파폴드 2'도 개발했다.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 파악의 신기원을 열었다. 알파폴드 등장 이전에 인간이 밝혀낸 인체의 단백질의 구조는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알파폴드 덕분에 무려 2억개의 단백질 구조가 확인됐고, 36만5000여 종의 단백질 3차원(3D) 구조 예측이 가능해졌다. 그전까지 '신의 영역' 처럼 여겨졌던 일이다.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만큼이나 쉽게 단백질 구조를 알아낼 수 있게 된 셈이다. 허사비스 CEO는 이를 두고 '디지털 생물학'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AI 분야 연구가 받으면서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1900년도 초 양자역학의 발견으로 물리학 분야에 혁신이 일어났듯 2000년대 초 AI의 등장으로 과학 분야 전반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AI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학의 새 도구"라고 말했다.

이날을 마지막으로 노벨상 과학부문 발표는 모두 마무리됐다. 3명의 수상자는 상금으로 1100만크로나(약 14억3121만원)를 나눠 받는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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