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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20세기 대학 수명 다해…‘확장적 하이브리드 모델’로 부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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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일 취임식을 앞둔 성경륭 상지대 총장이 ‘21세기형 확장적 하이브리드대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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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폭증 시대에나 유효했던 낡고 자폐적인 대학 모델은 수명을 다했습니다. 더 이상 죽은 모델에 집착하면 지역대학 부활은 불가능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지낸 성경륭(70) 한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10일 오후 2시 강원도 원주에 있는 상지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9대 총장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임기는 2028년 9월9일까지다. 상지대는 2022년 9월 홍석우 전 총장 사임 후 유만희 부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왔다.



2년 만에 새 총장이 취임하는 상지대는 혁명 전야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다. 성 총장이 ‘한번도 존재해보지 않은 새로운 대학으로 비상하겠다’며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2의 창학’을 추진하고 있다는 성경륭 총장을 지난 8일 상지대에서 만났다.



‘상지대 제2창학’ 대대적 개혁 예고
세계 첫 한류·한상 단과대 설립해
해외 한상기업 재직 노동자까지 모집
아시아 대학들과 공동학위제 추진



성 총장은 만나자마자 “20세기 대학 모델은 죽었다”고 사망을 선고했다. 연평균 출생률이 4%를 넘어서고 경제성장률이 10%에 이르렀던 고성장 시기, 대학 문만 열어두면 학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시절과 확실하게 결별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렇다면 국가균형 발전 전문가에서 대학 총장으로 변신한 그가 모든 지역대학이 겪고 있는 존폐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해법은 뭘까?



“‘대학은 교육만 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과 기존 대학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학생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독자적 재정수입을 확대하는 ‘21세기형 확장적 하이브리드 대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확장적 하이브리드 대학?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성 총장은 ‘세계 첫 한류·한상 단과대학 설립’을 예로 들었다. 2억2500만명의 한류 팬과 8만4천여개의 한상기업 등 해외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의 대상을 내국인으로 한정하고 강의실 교육에만 갇혀 있던 기존 대학 모델에서 벗어나 외국인까지 폭넓게 학생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외국인 모집 대상도 유학생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해외 한상기업에서 재직 중인 현지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영어·한국어 수업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동시통역 수업을 확대하고 학기 중에는 온라인 수업을, 방학 중에는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기로 했다.



‘아시아 한류 연합대학과의 공동 학위제’도 추진한다. 성 총장은 “해외 대학과의 학생 교류 정책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주겠다. 기존 학점 교류 방식에서 벗어나 전면적인 공동 학위제를 도입하는 등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겠다. 공동학위 프로그램 개발에 이어 정기적인 글로벌 기업 인턴십 프로그램 도입까지 구상하고 있다. 전공 이수학점 축소 등 한류·한상 단과대학의 유연한 학사제도와 접목하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한겨레

10일 취임식을 앞둔 성경륭 상지대 총장이 ‘21세기형 확장적 하이브리드대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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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총장은 ‘대학은 청년이 다니는 곳’이라는 고정관념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대학은 지역 공동체와 동반 성장하고, 지역소멸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연령대의 국민을 대상으로 온라인·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할 계획이다. 아동·청소년에게는 미래 직업탐색 기회를, 여성·가정주부에게는 경력단절 극복 교육과 취업교육 서비스를, 직장·중장년층에게는 직무역량 교육과 직무전환 교육을, 노인층에겐 건강관리·사회적 교류 기회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국민 맞춤형 평생교육 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학 기반 시니어 주거·돌봄·학습 공동체(UBRC)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노인 주거와 돌봄 시설은 지극히 부족하고 단순 돌봄과 고가 실버타운으로 양극화됐다. 넓고 쾌적한 캠퍼스 공간과 한의대·한방병원·간호·보건의료·물리치료·식품영양·사회복지·체육 등 상지대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돌봄 관련 학과를 활용하면 대학이 시니어들의 주거·돌봄·배움 등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최적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학 캠퍼스 안에 ‘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성 총장은 “상지대 강점 분야인 문화·영상·디자인·의료·건강·생명과학·디지털·인공지능 등의 분야와 연계해 기업도시를 설계할 계획이다. 전공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기업·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면 공동 연구개발·교육·학생 인턴십·경영교육 등과 같은 산학협력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공지능(AI)을 가장 잘 활용하는 대학 △신기술·기후변화 대응 융복합 전공 확대 △지역연합 교양문리대학 운영 △지·산·학·연 공동체 만들기 △사회밀착형 혁신 인재 양성 등 자신이 구상하는 상지대의 미래 비전을 1시간이 넘도록 풀어냈다.



전 연령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에
시니어 요구 최적화된 공동체 조성
“소멸위기 지역에 ‘희망의 빛’ 될 것”



성 총장은 “확장적 하이브리드 대학이라는 새로운 대학 모델을 기반으로 전략사업들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현재의 학생 정원에 버금가는 7천명 이상의 새로운 학생 확보라는 ‘상지대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 상지대의 혁신과 실험이 성공하면 소멸 위험에 처해있는 많은 지역대학과 지역공동체,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희망의 빛’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성 총장은 제1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제7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1991~2020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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