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상 속 여가 활동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도심 내 공원과 녹지 공간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공원은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한 핵심 기반 시설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공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주거지 선택에서도 공원의 유무가 주요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원의 양적·질적 수준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또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공원의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1월 8~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소규모 공원은 운동, 대규모 공원은 휴식 목적
공원은 규모에 따라 소규모 공원(산책로, 근린공원 등)과 대규모 공원(도시공원, 국립공원, 자연휴양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소규모 공원, 대규모 공원 중에서도 도시공원은 주로 도시 내에 위치하며 국립공원과 자연휴양림은 대부분 도시 외곽지역에 조성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4%와 21%가 각각 산책로와 근린공원에 주 3~4회 이상 방문한다고 답했다. 반면 규모가 큰 도시공원을 주 3~4회 이상 방문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2%이다. 일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소규모 공원 이용률이 대규모 공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음을 보여준다. 특히 60대 이상의 소규모 공원 방문 경험이 다른 연령대 대비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소규모 공원 이용의 가장 주된 목적은 운동이다. 소규모 공원 이용자 중 70%가 신체 운동을 하기 위해 이용했다고 답했다. 반면 대규모 공원 이용자의 주된 방문 목적은 휴식(55%)과 가족 및 지인과의 친목 도모 활동(48%)이며 운동은 이보다 낮은 42%이다.
방문 시간대에서도 규모에 따른 차이가 확인되었다. 소규모 공원은 낮(33%)과 저녁(38%) 시간대에 주로 방문하는 것으로 나뉘어 있지만 대규모 공원은 이용자 절반 이상이 낮(57%) 시간대에 주로 이용한다.
이동 수단과 이동 시간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소규모 공원은 도보(80%)로 주로 이동하며 10분 이내(49%)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공원은 자동차나 대중교통(70%)을 주로 이용하며 가는 데 걸리는 시간도 10분을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88%)이다.
결론적으로 소규모 공원은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일상생활 중 운동 등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대규모 공원은 거리와 이동 수단의 제약이 있어 쉽게 방문하기 어렵기는 하나 휴식과 친목 도모 활동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다수이다.
도시 내 공원 충분하다는 인식과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 비슷
주 3~4회 이상 도심의 소규모 공원을 방문하는 사람이 10명 중 2~3명 정도지만 반대로 아예 방문하지 않는 사람의 수도 적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산책로, 근린공원 방문 횟수가 월 1회 미만이라는 사람이 각각 20%(산책로), 30%(근린공원)로 역시 10명 중 2~3명 수준이다. 특히 30대와 40대에서 공원을 거의 방문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다른 연령대 대비 높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 부족, 방문 목적 혹은 동기의 부족 등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공원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도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먼저 양적인 측면에서 집 근처에 공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람은 38%이며(충분하다 59%, 모르겠다 3%),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 내 공원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다는 사람이 45%로 충분하다는 사람(49%)과 엇비슷한 수준이다(모르겠다 6%). 특히 비수도권 거주자일수록 공원 부족을 더 많이 체감하는데, 비수도권 거주자 중 42%가 집 근처 공원이, 49%가 도시 내 공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집 근처 공원은 ‘시설과 환경이 잘 관리되어 있다(67%)’, ‘꽃, 나무, 잔디 등 자연경관이 잘 갖춰져 있다(63%)’ 등 관리와 환경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반면 ‘공원의 면적이 크다(44%)’ ‘편의시설이 많이 갖춰져 있다(44%)’ 등 규모와 시설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절반을 넘지 못한다. 충분히 활동할 수 있도록 좀 더 넓은 공원을 만들고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는 다양한 시설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공원에서 기대하는 것을, 소규모 공원과 대규모 공원으로 나눠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소규모 공원과 대규모 공원에서 다수의 사람이 공통으로 기대하는 것은 ‘안전한 느낌(소규모 공원 55%, 대규모 공원 58%)’과 ‘신선한 공기(52%, 56%)’, ‘주변 및 시설의 깨끗한 관리(47%, 52%)’이다. 앞서 집 근처 공원의 관리와 환경에 대해서는 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과 연결지어 보면, 가장 핵심적인 기대 사항은 잘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관리와 환경 외에 소규모 공원에서는 ‘걷기와 스트레칭 같은 간단한 운동(45%)’을, 대규모 공원에서는 ‘화장실, 카페 등 편의시설을 편하게 이용(50%)’을 기대한다. 앞서 긍정적인 평가가 절반을 넘지 못했던 항목들로, 공원 규모에 따라 차별화된 수요가 있다.
공원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
공원은 우리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공원이 개개인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기능으로는 ‘신체 건강 및 체력 향상(67%)’과 ‘스트레스 해소(54%)’가 꼽힌다. 특히 공원을 좀 더 자주 찾는 60대 이상에서는 80% 이상이 ‘신체 건강 및 체력 향상’을 언급하였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기능으로는 ‘시민의 전반적 행복감 증진(71%)’이 가장 높고, ‘지역 문화 및 축제 활동 공간(33%)’, ‘공공 안전 강화(25%)’, ‘기후 변화 대응 및 환경 보호(24%)’ 등의 순이다. 공원이 우리 삶의 질 향상에 다양하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공원이 제공하는 삶의 질 향상은 주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세권’ 아파트가 많은 관심을 받는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도 공원이나 산책로의 유무는 주거지 선택 시 주요 고려 사항으로 여겨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위치와 교통, 안전성 등 다양한 항목을 제시하고 주거지 선택 시 중요도를 평가한 결과, 공원이나 산책로 등 주변 자연환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사람은 전체의 78%이다. 치안 등 안전성(87%), 교통 편의성(87%)을 중요하게 본다는 인식에는 못 미치지만, 주택 가격(82%), 위치(80%)를 중요하게 보는 사람과 비슷하다.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10명 중 8명이 공원이나 산책로 등 주변 자연환경을 주거지 선택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라고 답했다.
공원의 규모에 따른 차별화된 이용 행태와 수요가 확인된다. 소규모 공원은 편리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운동 공간으로 활용되며, 대규모 공원은 여가와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원의 관리와 환경 측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규모와 편의시설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공원 부족을 더 크게 체감하는 등 지역 간 격차도 여전히 존재한다.
공원은 단순한 여가 공간일 뿐만 아니라 시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이바지하며, 주거지 선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지역별 특성, 규모별 특징을 고려해 개선해 나간다면 더 많은 사람이 공원을 찾게 될 것이다.
김슬이 한국리서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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